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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용분야 | 기계(항공)
  • 책임자 | 김종암 교수, 서울대학교
  • 혁신지원 프로그램 번호 | KSC-2020-CRE-0220
  • 논문 | 공동화 기포 맥동 중 비등온 상 변화에 대한 수치적 연구(Computational investigation on the non-isothermal phase change during cavitation bubble pulsations), Ocean Engineering, ‘23년 10월

김종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2023년 10월 해양공학 분야 학술지 《해양 공학》(Ocean Engineering)에 ‘공동화 기포 맥동 중 비등온 상 변화에 대한 수치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냈다. 영어 논문 제목은 'Computational investigation on the non-isothermal phase change during cavitation bubble pulsations'이다. 김종암 교수는 논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줬다.
“유체가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지면, 유체의 상(phase)이 액체에서 기체로 바뀐다. 이때 발생하는 기포를 ‘공동화 기포’(cavitation bubble)라고 한다. 물속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근처에서 기포, 즉 공기방울이 관찰된다. 공기방울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소적으로 압력이 낮아져 공동, 즉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공기방울은 팽창과 수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특히 수축할 때 순간적으로 내부 온도가 섭씨 몇 백에서 몇 천 도에 이르고, 또 충격파(shock wave)를 발생시킨다. 그 결과, 주변 구조물에 소음과 진동, 부식 등을 가져온다. 이는 해결해야 할 대표적 공학적 문제 중 하나이다.
기포 유동이라는 물리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많은 실험 연구가 있었다. 기포 변형이라는 특성을 관측하기는 쉬우나, 상변화와 같이 열과 질량 전달을 동반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건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동화 기포에 대해 그간 많은 수치 해석적 연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상변화 물리 현상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경우 기포의 맥동(pulsation) 예측 정확도가 매우 낮았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열역학적 물성치를 제공하는 실매질 상태방정식(equation of state for real fluids)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감안되지 않는 열역학적 요소(실매질 상태방정식과 열역학적 상변화)를 도입했다. 또한 우리 연구 그룹이 개발해 놓은 고해상도 다상 유동 해석 프레임워크(ACTFlow_MP: All-speed Compressible Turbulent Flow for Multi-Phase)를 사용하여 공동화 기포 맥동 시의 상변화 특성을 분석했다. 증기 상에 대한 수송 방정식을 포함한 난류 유동 지배 방정식을 장시간 계산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수치 연구를 소화할 수 있는 계산 자원이 필요했다. 2020년도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초고성능컴퓨팅 기반 R&D혁신지원 프로그램 3차에 선정되었으며, 누리온의 계산과 대용량 저장 능력의 도움을 받아 목표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공동화 기포 맥동 과정에서 개입하는 열역학적 효과의 상호작용을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실험 데이터와 비교하여 높은 정확도로 기포 맥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물속에서 기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미국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 속 장면은 생각난다. 애니메이션 속에 가재로 나오는 세바스찬이 있다. 세바스찬이 움직일 때 공기방울이 발생하는 걸로 묘사되어 있다. 김종암 교수의 연구는 그 공기방울과 관련한 거다. 굉장한 압력을 받는 물속에서 공기방울이 만들어진다는 건 얼핏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의 이번 논문이 뭘 뜻하는지, 무엇을 알아낸 것인지 궁금해 지난 11월 28일 서울대학교 김종암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무엇을 연구하는 학자인가

김종암 교수가 뭘 연구하는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항공우주공학과 홈페이지 자료를 통해 아주 거칠게 짐작할 수 있다. 전공(major)은 ‘전산유체역학과 수치 계산법’이고, ‘연구 관심’은 “주로 편미분 방정식을 풀기 위한 수치 기법 개발을 하고 이를 여러 공기역학 공학 분야에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83학번이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1990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로 유학을 가서 1997년에 전산유체역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해인 1998년부터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 교수에게 연구 키워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가장 큰 연구 키워드는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CFD)이고, 두 번째 키워드는 계산과학공학(Comput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S&T), 그 다음은 ‘Scientific Computing’이라고 했다. 영어 Scientific Computing은 한국말로 적당한 번역어가 없는데, 막무가내로 계산하지 않는다, 즉 계산해서 결과가 잘 나오면 나왔구나 하는 게 아니고, 기본 원리를 따져가면서 계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고 했다. 이런 게 그의 연구 방법론이다. 또 연구 영역은 넓게 보면 항공우주이고, 좁게 보면 유체역학 혹은 공기역학이다. 김 교수는 “날아다니는 물체 주위의 유동 현상을 살피는 거다. 유체 흐름을 해석한다. 그게 비행기일 수도 있고, 미사일일 수도, 발사체 혹은 배일 수도 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내가 하는 분야가 ‘역학’이다 보니, 어떤 형태의 지배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나비어-스토크스(Navier-Stokes) 방정식 이라고 하는 풀기 쉽지않은 편미분방정식이다. 수학자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학자는 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편미분방정식의 수학적인 특성, 특히 방정식의 해가 존재하느냐를 궁금해 한다. 나는 공학자이니, 그런 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해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 방정식을 갖고 실제 어떤 공학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거다. 이게 재밌는데, 그게 뭐냐 하면 이렇다. 방정식을 계산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면, 방정식으로 묘사되는 현상은 거의 모두 풀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는 (나의 주 분야가 아닌) 해양과 조선공학 쪽에 훨씬 가까운 연구다. 공동화 기포 맥동 문제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조선해양공학 분야에 이 주제에 관심있는 연구자가 많이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풀 수 있는, 또 관심 있는 어떤 편미분 방정식 혹은 수학적 모델링, 혹은 물리적 모델링을 조금 더 확장시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해보니까 예상보다 훨씬 더 용이하게 잘할 수 있었다.”

김 교수의 연구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예열 과정이 필요하다. 설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연구 영역을 1, 2, 3 해서 세 가지 정도로 말해준다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했다. 김종암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첫 번째는 고정밀 수치 기법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알고리듬을 갖고 비행체 주위 유체의 흐름을 해석하는 거다. 세 번째는 유체 흐름을 해석하게 되면 유체의 압력과 온도가 변하는데, 이런 게 비행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기초로 다양한 공기역학적-유체역학적 문제를 탐구한다. 때로는 유체와 구조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유체-구조 연성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와 관련된 건 다상 유동(multi-phase flow)이다. 어떤 물질을 현상학적(phenomenological)으로 보면, 즉 분자 레벨까지 내려가지 않고 관측할 수 있는 걸로 말하면 크게 세 개가 있다. 고체, 액체, 기체다. 그래서 상이 세 개라고 한다. 예를 들면 공기만 계산하면 상이 기체 하나다. 공기만 계산하는 게 아니라, 액체와 기체가 섞여 있는 걸 계산하면 두 개의 상이 들어가 있고, 이런 걸 다상 유동이라고 한다. 다상 유동도 나의 연구 분야이고, 또 항공기와 우주비행체 설계를 위한 유동 연구를 한다. 항공기와 우주비행체 설계를 어떻게 잘 하면 연료가 적게 들고, 빨리 안전하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날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그러려면 비행체 내외부의 유동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해양 공학 연구는 주요 분야인가

김 교수가 이번에 낸 연구는 해양공학 학술지인 《Ocean Engineering》(‘해양공학’이라는 뜻)에 출판했다. 그는 《Ocean Engineering》에 자주 논문을 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논문 3편을 내기는 했다. 전산유체역학자인 만큼 그는 《Journal of Computational Physics》 《AIAA: American Institute of Aeronautics & Astronautics》 《Computer Physics Communication》 등에 논문을 주로 낸다. 그가 하는 연구의 80%는 항공우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해양 공학 연구를 하게 된 동기도 ‘액체 로켓 발사체’와 관련이 있다. 김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내가 연구를 하다 보니, 이게 조선해양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 분야에 가장 좋은 저널이 무엇인가, 그랬더니 《Ocean Engineering》이라고 했다. 그래서 연구 결과를 투고했다. 이걸 하게 된 동기는, 본디 이걸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이게 다상 유동 분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발사체 중에 액체 로켓이 있다. 액체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로 액체를 쓴다. 산화제가 뭐냐면, 불을 붙이려면, 연료가 있고 또 산소가 있어야 한다. 액체 로켓은 액체 상태인 산소를 사용한다. 연료로는 케로신을 주로 쓰는데, 이것도 액체다.

액체 로켓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터보펌프다. 펌프는 빙빙 회전하는 것이고, 뭔가 흐름이 들어오면 이를 밀어주는 거다. 밀어내려면 압력이 높아야 한다. 펌프 앞에 터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회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산업용 펌프는 보통 3000-4000rpm이나, 터보펌프는 만 단위다. 터보펌프는 액체 연료가 들어오면 고압으로 만들어 밀어낸다. 일반적으로 고압이면 연소가 잘 된다. 연소에 적절한 형태의 압력으로 높여서 연료를 내보내는 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액체 연료는 극저온이다. 섭씨 영하 160~170도다. 운용 범위가 극저온 임계점(critical point) 근방이기에 온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다. 온도가 조금만 변해도 상변화가 발생한다. 상변화가 생기면 터보펌프 성능에 안 좋다. 안 좋기에, 상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 시작해 보니, 이를 설명하는 케비테이션(공동) 모델이 기존에 몇 개 나와 있었는데, 이거보다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고, 우리가 이 문제(온도효과를 반영한 공동문제)를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연구 계기

그는 단일상(single phase) 연구를 많이 했다. 공학자로 일한 초기일수록 더욱 그랬다. 비행기 주위의 공기 흐름, 로켓 주위의 공기 흐름은 단일상 연구다. 단일상 연구도 복잡한 게 많다. 김 교수는 “내가 알고리듬을 하니까, 몇몇 사람이 진짜 복잡한 걸 해보고 싶으면 다상 연구를 해봐라”라고 말해왔다. 은퇴한 선배 공학자들의 조언이었다. 김 교수는 “내가 알고리듬을 했기 때문에 단일상에서 개발했던 알고리듬을 다상으로 확장하고 싶었다. 단상 알고리듬에서 다상 알고리듬 개발 연구로 확장했고, 터보펌프 문제를 풀려고 했는데, 그걸 하다 보니 케비테이션 문제가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케비테이션을 예측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리 모델링을 쓴다. 그런데 케비테이션 모델을 보니, 잘 모르는 이상한 계수(Coefficient)가 있다. 그중 한 모델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김 교수가 쿤츠 모델(Kunz Model)을 언급했다. 김 교수가 칠판에 모델 수식을 써줬다. Cdest 또는 Cprod라는 계수가 있고, 압력(P)과 밀도(ρ), 속도(v) 등으로 표현된 간단한 수식이었다. 김 교수는 왜 Cdest/prod을 이상한 계수라고 할까?

“계산하는 사람, 특히 알고리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이런 계수가 있는 거다. 이건 모르는 수다. 어떤 문제를 풀 때는 10으로 하고, 다른 문제 풀 때는 100으로 하고, 또 다른 문제를 풀 때는 또 50으로 한다. 왜 이렇게 하냐고 물으면, 그래야 답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하니 경험적으로 답이 잘 나온다고 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쿤츠 모델은 뭘 말하는 것인가? 타깃의 국소적인 압력(P)이 포화증기압(saturation pressure, Psat)보다 크고 작음을 가지고 기화나 액화가 일어나는 양을 (경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가령 압력은 1기압이고, 온도는 섭씨 25도인 경우에는 계수를 100~110으로 놓으면 잘 풀린다. 이런 모델들이 상변화 영역에서 김 교수가 아는 것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김 교수는 “내가 관심 있는 문제는 계수를 어떻게 고쳐도 문제를 예측하지 못한다”라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좋은 알고리듬을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적고, 어쨌든 문제를 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공학자는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공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해를 구하기만 하면 만족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공학자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자연과학자와는 접근법이 다르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그건 옛날 얘기다. 요즘은 공학자도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를 추구한다. 융합학문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공학과 물리학/수학의 경계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알고리듬을 하는 공학자는 이상한 계수가 식에 있으면 좋아하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은 그냥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불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알고리듬을 개발한다는 건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도효과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기존의 상변화 모델에는 온도 효과가 들어가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이게 문제라고 했다. 상변화는 많은 경우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 효과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쿤츠 모델에도 여기에 온도가 들어가 있네, 라고 말할 수 있다. 포화증기압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 포화증기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표시하는 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면, 온도 효과는 없다. 이 모델에서 상변화가 생기는 메커니즘 자체는 압력 차이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쿤츠 모델도 그렇고 다른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모델들에 온도 차이는 없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로켓 발사체의 터보 펌프 문제로 일본에서는 과거 로켓 발사가 실패한 적이 있다. 가령, 1999년 일본의 H-II 로켓이 8번째로 발사되었는데, 비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단 엔진이 연소 정지되어 추락하였다. 조사 결과, 로켓 터보 펌프의 케비테이션 불안정성을 예측 못 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이렇듯 온도 효과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까지 개발된 모델을 보니, 그런 게 없었고, 그래서 이게 이슈가 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로켓은 어떻게 발사했나? 케비테이션 불안정성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로켓을 쏠 수가 있었을까? 김 교수가 질문을 받고 “예리하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x축과 y축으로 된 좌표계를 그린다.

“조금 더 전문적인 얘기인데, 캐비테이션 넘버라고 있다. x축이 케비테이션 넘버다. y축은 펌프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다. ‘헤드’(Head)라고 하고, 얼마만큼 에너지 손실이 있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케비테이션 넘버를 낮추다 보면 ‘헤드’가 뚝 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터보펌프의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곳이다. 공학자에게 중요한 건 떨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아내는 거다.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케비테이션 브레이크다운이라고 한다. 떨어지는 지점 이전까지만 터보펌프를 가동해야 한다. 떨어지는 지점 아래에 있는 캐비테이션 넘버까지 내려가면 안 된다. 그런데 물로 실험하면 곡선이 이렇게 나온다. 그리고 액체산소와 같은 실매질로 실험하면 성능곡선이 더 좋게 나온다. 케비테이션 넘버가 더 작은 경우까지도 터보펌프 성능이 잘 나온다. 그러니까 물 기준으로 하면, 실매질을 기준으로 하는 것보다 더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물을 기준으로 로켓을 설계하면 안전하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한 거다. 그런데 안전하기는 하나, 성능은 떨어진다. 좋은 발사체를 만든다고 하면, 안전하기도 하고,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터보펌프 성능이 더 끌어낼 수 있는데, 끌어내지 않는 건, ‘물 기준’으로 케비테이션 브레이크다운을 보수적으로 예측하는데 원인이 있다. 터보펌프 성능이 좋아야 추력 성능이 좋아진다. 발사체의 연료/산화제 공급 계통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터보펌프이기 때문이다.”

케비테이션 브레이크다운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실제 매질을 갖고 실험을 정확하게 하는 거다. 아니면 그런 게 고려가 된 정밀 계산을 하는 거다. 그런데 실매질을 갖고 실험하기가 쉽지 않다. 실매질은 섭씨 영하 150도인데, 극저온 매질을 갖고 실험을 하려면 실험 장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또 실험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영하 150도 되는 곳에 국부적인 측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계산을 통해 정밀하게 파악하면 좋을 것이다. 김 교수가 이번에 해낸 일이 바로 이 작업이다. 온도 효과를 고려한 케비테이션 모델을 김 교수가 개발한 거다.

PCM모델 개발에 성공

이번 연구에 필요한 모델 개발은 3년 전에 했다. 모델 이름은 PCM(Physics-based Cavitation Model)이다. 그리고 이번 연구가 나왔다. 그러니까 연구는 몇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모델 개발을 하고,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를 찾았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관련 데이터를 민감하다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았고, 일부 데이터만을 제공했다. 연구를 위한 본격적인 극저온 데이터는 미국 NASA에서 1960년대에 나온 게 있어 사용했다. 이들 극저온 데이터를 가지고 실매질 섭씨 영하 150도 이하에서 풀어보니 굉장히 잘 맞았다. 이렇게 검증을 마친 PCM을 공동화 기포 맥동 문제에 적용하여 맥동 과정에서 개입하는 열역학적 효과의 상호작용을 밝혀낼 수 있었다. 실험 데이터와 비교하여 높은 정확도로 기포 맥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학술지에 논문을 보냈고, 출판되었다. 김 교수는 “공동화 기포 맥동 과정에서의 열역학적 효과 개입을 규명한 것은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선박이나, 잠수함에서는 프로펠러가 돌아간다. 돌아가면 국부적으로 압력이 낮아진다. 공동현상이 생긴다. 공동현상이 터보펌프에서는 엄청나게 생기고, 선박에서는 뽀글뽀글 방울져서 생긴다. 방울은 기체이고, 물은 액체다. 방울이 주위 환경에 따라 압축과 팽창을 한다. 수축할 때 부피가 줄어드니 압력이 순간적으로 올라가고 그러면 물방울이 붕괴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순간적인 온도가 수백 수천 도까지 올라간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고온 고압이 생긴다. 충격파가 생긴다. 그리고 다시 팽창하는 거다. 팽창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프로펠러나 잠수함 표면같은 곳에 충격을 가한다. 그러면 반복적인 충격으로 구조적으로 손상이 일어난다. 이런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걸 ‘cavitation erosion’(공동현상 부식)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개된 논문들을 보니, 이걸 어떻게 통제해야할지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되어 있다. 어떻게 물리적인 모델링하면 좋을지를 모르고 있었다.”

일본에 ‘시마’라는 실험학자가 있다. 그가 2000년 즈음에 어려운 실험을 했다. 케비테이션 버블은 작으면 몇 밀리미터 크기이고, 수축하면 마이크로미터가 된다. 실험으로 계측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 일본 연구자는 캐비테이션 버블이 생기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팽창과 수축, 팽창, 수축, 팽창, 수축이 반복하는 걸 실험을 통해 측정하고, 그걸 다이어그램으로 그렸다. 김 교수가 만든 PCM모델을 돌리니, 일본 공학자가 얻은 실험 데이터와 거의 일치했다. 김 교수 팀이 계산으로 예측한 게 실험 데이터와 부합했다. 논문을 학술지 《Ocean Engineering》에 보냈다. 김 교수 팀의 논문을 평가를 한 사람이 그랬다. “이 문제는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 정말 잘 풀었다.”

케비테이션 버블이 두 번까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걸 설명하는 이론은 독일 사람이 낸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수 팀이 한 것처럼 팽창과 수축, 팽창과 수축, 팽창과 수축을 세 번 반복하는 것까지 계산해내는 이론은 없었다. 김 교수 팀이 처음이다. 팽창과 수축이 세 번 반복해서 일어날 때까지 경과한 시간은 0.002초였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최경준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경준 씨는 2024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알아낸 건 무엇인가?

케비테이션 버블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공학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공동현상 부식이 일어나는 시간 간격과 케비테이션 크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게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번 출판된 논문에서 완벽하지는 않고, 60%쯤은 알아냈다”라며 “논문을 하나 더 쓸 텐데, 그 논문에서 케비테이션 버블 효과를 완전히 밝힐 것이다. 연구는 거의 다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건 무엇이 문제 혹은 이슈인지를 알아내는 거다. 문제를 알기가 힘들고, 푸는 거는 상대적으로 덜 힘들다”라고 말했다. 좋은 질문을 품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레일리-플레셋 방정식(Rayleigh-Plesset equation)

김 교수가 케비테이션 버블 연구의 역사를 잠시 설명해줬다. 김 교수에 따르면, 버블이 성장하는 히스토리를 물리적으로 모델링한 방정식이 있다. 버블 성장의 히스토리를 알아내려는 건 유명한 문제이고, 가장 먼저 한 사람 중 한 명이 레일리 경(1842~1919)이다. 레일리는 하늘빛이 왜 파랑인지를 설명하는 ‘레일리 산란’을 알아낸 그 사람이다. 플레셋은 미국의 응용물리학자다. 김 교수 설명을 옮겨본다.

“두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방정식이 레일리-플레셋 방정식(Rayleigh–Plesset equation)이다. 줄여서 RP 방정식이라고 한다. RP방정식을 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식은 비선형 상미분방정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사치를 구했다. 실험하는 사람들은 버블 성장의 히스토리를 실험적으로 측정했다. 여러 사람이 했고, 50~60년 동안 매달렸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선이 보였다. 시간에 따라 버블 지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보이는 거다. 선이 보인다는 건 RP방정식이 해를 갖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상변화로 인한 버블의 성장에는 3개 범위(range)가 있다. 관성 범위(inertial range), 중간 범위(intermediate range), 그리고 열적 범위(thermal range)다. 관성 범위가 무엇인가 하면, 케비테이션 입자가 있다고 하자. 입자가 성장하는 초기에는 주위 압력이 굉장히 낮고, 주위의 물은 열에너지가 충분한 상태이다. 주위에 있는 액체를 밀어내면서 성장하는데, 그 증가가 관성적으로 진행한다는 뜻이다. ‘관성 범위’다.

버블이 어느 정도 커지면, 그동안 계속된 증발(흡열 반응)로 인해 주위의 물의 열에너지가 감소하게 된다. 이때는 관성보다 열에너지에 의한 효과가 버블 성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이제 상변화를 계속 일으키려면(버블이 계속 성장하려면), 얼마나 열을 공급받느냐가 중요해지고, 열을 공급받는다는 건, 열 전달이 일어나는 것이니 온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케비테이션 모델은 이러한 ‘열 효과’를 포함하지 않고, ‘관성 범위’에서 머물렀다. 이 때문에 온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실제와 들어맞지 않는다. 열 효과는 ‘열적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열적 범위로 가면 ‘온도 변화’가 케비테이션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이를 기반으로 몇 가지 물리적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케비테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중간 단계 또한 중요하다. 중간 단계는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중간 단계에 버블이 놓여 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예측해야 하는데, 기존의 모델은 그걸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연구한 건 뭐냐 하면, PCM모델을 기반으로 아예 전체(관성범위-중간범위-열적범위)를 하나로 모델링을 하자는 거다. 그리고 핵심적인 연구를 마쳤다. 올해 연구가 거의 다 끝났다.”

계산량이 많았나?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산량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리눅스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3500개 코어를 갖고 있다. 개인 랩으로는 적지않은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큰 계산을 하려면 KISTI가 운영하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라며 “한국의 슈퍼컴퓨터 시설은 미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열악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슈퍼컴퓨터의 경우를 보면 일본은 우리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슈퍼컴퓨터로 공학적, 과학적인 근본문제를 푸는 데 많이 할애한다. 반면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계산보다는 뭔가 만들어 눈에 보이는 걸 선호한다. 김 교수는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은데, 한국은 그런 슈퍼컴퓨터가 있느냐 하면 KISTI 한 곳 밖에 없다. 하나 밖에 없는데 쓸 데는 많다. 한국이 슈퍼컴퓨팅 자원을 크게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암 교수의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은사는 노오현 교수다. 노 교수가 1990년대 전산유체역학 연구를 시작했고, 그에게 배우면서 김 교수는 전산유체역학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노 교수가 2004년에 퇴직할 때 김 교수는 ‘정년퇴직 기념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애제자라는 단서로 보인다. 노오현 교수는 항공우주분야에서는 유일한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는 앤토니 제미슨(Antony Jameson)이다. 제미슨 교수는 항공우주분야 CFD가 오늘날 공학적 응용에 이르기까지 가장 크게 공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전산유체역학 대가로 현재는 텍사스 A&M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림 1. PCM을 적용하여 계산한 공동화 기포 맥동의 결과를 축약하여 보여주는 그림 - (a) 초기 시점, (b) 첫 번째 최대 팽창 시점, (c) 첫 번재 최대 수축 시점, (d) 두 번째 최대 팽창 시점, (e) 두 번째 최대 수축 시점, (f) 세 번째 최대 팽창 시점. 각 그림의 좌측 절반은 공동화 기포의 부피 분율을, 우측 절반은 유동장의 압력 분포를 나타낸다. 초기 기포 근방에 위치한 하단 벽면 구조물로 인해 비대칭적인 기포 형태의 거동을 보이며, 팽창-수축을 반복하며 충격파를 발산한다. ]

[그림 2. (좌) 시간에 따른 공동화 기포 반지름 계산 결과, (우) 시간에 따른 공동화 기포 내부의 압력 계산 결과. 실험 측정 결과(검은 점), 기포가 세 번째 주기까지 맥동하는 것이 나타나지만, 상변화를 고려하지 않거나(녹색 선, No Phase Change) 열역학적 효과가 고려되지 않은 상변화 모델 적용 시(청색 선, Baseline) 실험값과 매우 상이한 결과를 보인다. Baseline의 경우 계수를 조절해가면서 계산을 진행하도 두 번째 수축 시점에서 과도한 응축으로 인해 기포가 소멸하였으나, PCM 적용 시 세 번째 맥동 주기까지 실험값과 비교하여 정확하게 예측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