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Science

  • 응용분야 | 기계
  • 책임자 | 최정일 교수, 연세대학교
  • 혁신지원 프로그램 번호 | KSC-2022-CRE-0195
  • 논문 | 다중 GPU 기반 실시간 도심 바람길 시뮬레이션
    (Multi-GPU-based real-time large-eddy simulations for urban microclimate)
  • 학술지명 / 출판연도 | Building and Environment / 2023

최정일 연세대학교 대학원 수학계산학부(계산과학공학 전공) 교수와 그의 팀은 2023년 11월 학술지 《건물과 환경》(Building and Environment)의 ‘도심 미기후의 변화와 건설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특집호에 ‘다중 GPU 기반 실시간 도심 바람길 시뮬레이션’(Multi-GPU-based real-time large-eddy simulations for urban microclimat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출판했다.《건물과 환경》은 건축 과학과 그 응용 분야의 국제 학술지이며, 임팩트 팩터(JCR 기준)는 7.4(상위 4.0%)다. 최정일 교수와 양민규 박사과정 연구원은 2023년 한국전산유체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발표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발표 논문 제목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위한 고신뢰성의 바람길 시뮬레이션’이다.

《건물과 환경》 학술지에 출판한 논문 내용을 잠시 보자.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NEURON에서 사용 가능한 GPU 기반 실시간 도심 바람길 시뮬레이션을 했으며, 이 시뮬레이션을 위해 CPU 기반 해석자를 넘어 GPU 기반 해석자를 개발했다고 한다. 논문은 “서울시 용산구 일대의 실제 지형 10.49 k㎡을 4미터 해상도로 바람길 해석을 했다. 실제 시간보다 2.4배 빠르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했고, 결론적으로 해당 조건에서 도심 바람길 관련 예보가 가능함을 보였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세한 내용을 묻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연세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관(첨단관) 6층으로 최정일 교수를 찾았다. 논문 제1저자인 양민규 박사과정 연구원을 같이 만났다.

계산과학공학이란?

연세대학교 첨단관 엘리베이터 6층에 내리니 ‘World Class University: School of Mathematics and Computing’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벽에 붙어 있다. World Class University(WCU)는 2008년에 시작된 정부 주도의 대학연구역량강화 사업이다. 최정일 교수는 “연세대학교 계산과학공학과는 WCU 프로그램에 의해 2009년 설립되었고, 대학원 학과다.”라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수학과 교수, 공과대학 교수가 참여하였고, 수학과 서진근 교수를 단장으로 계산과학공학과가 만들어졌다. 최정일 교수는 기계공학자이다. KAIST에서 박사학위를 2002년에 받았다(학부 90학번). 최 교수가 학과 소개를 다음과 같이 했다.

“계산과학공학(Comput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CSE)은 수학, 과학, 그리고 공학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급 컴퓨팅 기술과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학문 분야다. 이 분야의 핵심 목표는 복잡한 자연 현상이나 공학적 문제를 모델링, 시뮬레이션, 그리고 분석이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다. 자연 현상이나 공학문제를 수학적 모델로 표현하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한다. 2) 수치해석이다. 수학적 모델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전환한다. 대부분의 경우 연속적인 수학적 문제를 이산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3) 과학계산인데, C, C++, Python, Fortran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수치해석 알고리즘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고, 대규모, 고도 계산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여 해결한다. 계산과학공학은 다양한 분야, 예를 들어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의학에서 실험적 또는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과학계산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계산과학공학과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하버드 대학교에도 있다. 그러나 많은 곳들이 독립적 학과 형태가 아니고, 응용 수학과 및 공학과가 같이 운영하는 ‘협동과정’ 프로그램 형태다. 그는 “융합형 인재를 만들자는 말을 많이 한다.”라며 “계산과학공학과 교수들이 ‘내 학생은 하이브리드 인재를 만들어보자. 응용수학을 잘 알고, 공학의 필요성도 잘 이해하고, 프로그래밍도 잘하게 만들자’라는 목표를 갖고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배출한 박사 제자는 7명이며, 2024년 2월에 4명의 새로운 박사들이 배출될 예정이다.

최 교수 연구 분야

최정일 교수 실험실 이름은 멀티 피직스 계산 연구실(MPMC, Multi-Physics Modeling and Computation Lab)이다. 웹사이트를 구경했기에 최 교수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 분야가 네 개 있다고 알고 왔다.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배터리, Modeling and Computation(물리 기반 수리 모델링), Data-Driven Modeling(데이터 기반 모델링)이라고 적혀 있는 걸 봤다.” 최 교수는 내 말을 듣고 웃으며 정정해줬다. “전산유체역학(도심 풍환경)과 배터리 모델링 두 개가 주요 연구 분야이고, 다른 두 개는 그 연구 분야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연구 방법론이다.”

그의 연구방법론인 ‘물리 기반 수리 모델링’과 ‘데이터 기반 모델링’은 어떻게 다른가? 최 교수에 따르면, 많은 공학 문제나 자연현상은 물리 이론에 근거하여, 그 역학적 관계를 방정식에 의해 수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론은 물리 기반 수리모델링이다. 반면에 데이터 기반 모델은 일단 주어진 결과값, 즉 데이터가 있는 거다. 이때 그 데이터 안에 어떤 물리 방정식이 있는지는 모른다. 이 데이터를 통계적 혹은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하여 모델링 하는 것이 ‘데이터 기반 모델링’이다. 오늘 듣고자 하는 최 교수의 ‘다중 GPU 기반 실시간 도심 바람길 시뮬레이션’ 연구는 ‘물리 기반 수리 모델링 및 계산’ 방법으로 했다. 그리고 도심 바람길 연구는 그의 두 가지 연구 분야 중 전산유체역학에 속한다. 전산유체역학은 열유체 현상 및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전산, 즉 컴퓨터를 갖고 계산(시뮬레이션)하는 거다.

최정일 교수 실험실 이름에는 ‘멀티피직스’(Multi-physics)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건 또 왜 무얼 뜻하는 걸까? 최 교수는 ‘멀티피직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물리 현상이 하나의 계(System)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즉, 전기화학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배터리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연결된 장치에 전원을 공급한다. 배터리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극반응, 전하량 보존, 이온 수송, 에너지 보존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방정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모든 시스템은 특정한 하나의 방정식으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대부분 다양한 방정식이 결합한 형태다.”

그가 다른 예를 들었다. 야구공을 던지는 경우다. 공을 던지면, 공과 공기가 맞닿는다. 공이 공기 흐름을 만들 수 있고, 공기 흐름이 공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호작용이 있다. 유체(공기 흐름)와 고체(공)의 상호작용이다. 유체 흐름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만드는 건 유체역학이고, 고체 움직임은 고체역학으로 설명된다. 유체역학과 고체역학이 혼재한 상태가 많다. 최 교수는 “하나의 방정식으로 구성된 단순한 물리학이 아니라 복잡적인 물리학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자연 현상이고 공학적인 문제이다.”라며 “나는 복합적인 물리학을 다루는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모델링 할수 있을까를 공부한다. 이때 모델링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간소화해서, 그리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걸 연구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의 미세 기후 환경 연구의 배경

최 교수가 슬라이드를 보여준다. 슬라이드 제목은 ‘Multi-GPU를 활용한 LES 기반의 도심 바람길 해석자 개발’이다. GPU는 미국기업 엔비디아(NVIDIA)가 대표적인 제품 개발 기업이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용도로 제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Multi-GPU’라는 표현은 GPU를 여러 개 사용했다는 걸 뜻한다. LES(Large-eddy simulation)는 전산유체역학에서 난류(Turbulence) 현상을 모델링할 때 쓰는 수치 시뮬레이션 기술 중 하나다(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설명).

최 교수는 서울 용산 지역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용산에는 강(한강)도 있고, 복잡한 지형(용산역, 삼각지, 공덕 일대 주택-상가 지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넓은 지형(용산정비창)이 있다. 용산에서 김포공항까지 도심 항공 택시(UAM)를 운행하겠다는 서울시 발표도 있었다.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을 만들어 운용한다는 미래 그림을 서울시는 2022년에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바 있다. 최 교수는 “현재는 UAM 버티포트 후보지로 김포공항, 용산 등이 정해져 있으나, 추후 UAM이 상용화 될 경우 다양한 곳에 버티포트가 세워져야 한다.”라고 했다. UAM의 착륙장을 버티포트(Vertiport)라고 부른다. 버티포트 위치가 중요하다. 사람이 탄 드론이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고, 날아다녀야 한다. 바람이 세거나 변동이 크면 UAM이 날기 힘들다. 버티포트는 이런 걸 충족하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 교수 연구는 서울시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에 앞서 진행되어야 하는 일종의 선행 연구다. 최 교수는 “버티포트가 세워지기에 앞서 환경평가가 필요하다. 아직 버티포트가 건설되지는 않았으나, 후보지 중 하나인 용산에 대해 이런 걸 해석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용산에서 부는 바람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국소적이고, 지엽적인 곳에서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을 모사해야 한다. 정교하고 빠르게 계산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바람에 UAM이 대처할 수 있으려면 그걸 알아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해석자’(solver)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해석자’는 전산유체역학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다.

도심 미세 기상 환경 연구

도심 바람 환경 연구를 하는데, 대상 영역이 커지면 질수록 컴퓨터가 해석해야 하는 면적이 넓어진다. 따라서 미지수 개수가 많아지기에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지수 개수는 같은 영역을 얼마나 정밀하게 볼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 한 지역을 격자로 나눠보는데, 격자 하나 크기를 얼마로 할 것인가에 따라 계산량이 달라진다. 격자의 한 변 크기를 10m로 볼 수도 있고, 100m로 볼 수도 있다. 격자 크기가 작을수록 작은 지역의 바람 환경을 정밀하게 알 수 있다. 해상도, 혹은 분해능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하나의 격자 크기를 얼마로 해야 할까? 가령 높이가 100m인 건물 주변의 바람 환경을 보려면 격자 한 개 크기가 100m보다 크면 안 된다. 그래야 특정 건물의 바람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아파트 동과 동의 거리가 100m가 안 되는 게 많다. 그러면 그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을 보려면 격자 크기가 100m가 안 되어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만약 사람의 크기 정도를 생각하여 해석하고 싶을 때는 2m 혹은 4m 정도의 분해능이 나와야 한다.

최 교수와 양 연구원이 살펴 본 목표 공간 크기는 가로 2㎞×세로 2㎞ ×높이 256m다(시뮬레이션을 돌린 전체 크기는 10.24k㎡이고, 그중 4k㎡에 대해 ‘분석’ 작업을 했다). 이 목표 공간을 서로 다른 격자 크기로 각각 살펴봤다. 해석 격자의 크기는 8m, 4m, 2m, 1.33m의 총 네 가지였다. 예컨대 격자 한 변이 1.33m 경우를 보면 목표공간에 들어가는 격자 수가 약 10억 개(안정된 계산을 위한 추가영역의 격자 포함)다. 한 지점에서 바람의 속도를 알려면 세 가지 방향(x, y, z축 방향)을 봐야 한다. 여기에 압력, 온도 변수를 더 본다. 한 격자에서 변수 5개를 동시에 보는 거다. 전체 미지수 수는 10억 × 5 = 50억 개가 된다. 최 교수는 “대략 50억 개에 가까운 미지수를 컴퓨터가 해석해야 한다. 이런 크기는 컴퓨터로서는 도전(challenge)이다.”라고 말했다. 계산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변화하는 미지수를 계산해야 한다. 시간 간격을 10분 정도로 길게 늘릴 수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해석자의 정확성도 떨어지며 순간적으로 바뀌는 바람을 알기 힘들다. 최 교수 팀은 약 1초 간격으로 바람 특성을 살폈다.

계산을 위해 컴퓨터는 어느 정도의 메모리가 필요할까? 격자가 10억 개이고 이 지점의 주변 정보를 1초 간격으로 얻어내야 한다. 최 교수 말을 옮겨본다. “대략적으로 50억 개까지의 미지수가 메모리로 얼마 되는지 환산해 보자. 한 개의 미지수를 배정도(Double precision) 크기라고 가정하면 8바이트니, 50억 개의 미지수는 40 기가바이트다(기가바이트는 10억 바이트. 그러니 40 기가바이트는 400억 바이트다). 이 문제를 풀 때 미지수 개수만 필요한 게 아니고, 주변 변수들이 많다. 그것들이 50개는 된다고 본다. 이제 필요한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 500 기가바이트다. 그게 다가 아니다. 500 기가바이트의 메모리 용량이 필요한 계산을 몇 초마다 계속해서 해야 한다. 계산하고 그 결과를 저장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일반 컴퓨터는 현재 없다. 현존하는 가정용 컴퓨터는 이걸 계산하지 못한다.”

GPU기반 해석자 개발

이런 계산을 GPU가 장착된 컴퓨터를 갖고 한다. GPU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 카드를 의미한다. GPU 카드 하나가 최대 80기가 바이트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NVIDIA A100 기준). 800기가바이트 메모리가 필요한 계산을 하려면 최소 GPU 10개이고, 400기가바이트라면 최소 GPU 5개가 필요하다. 나는 “GPU 5개라면 별 거 아니지 않느냐?”라고 질문했다. 최 교수는 “쓸 수 있는 메모리 용량과 계산 속도는 다르다. GPU가 일을 할 때는 자기 용량을 최대로 하는 것이 좋은 계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GPU인 A100 5개가 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계산량 크기라는 것이지, 과학 계산을 A100 5개로 효율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다.

A100 GPU는 비싸다. 8개 모듈값만 1.5억원 이상이다. 엔비디아는 2023년에 새로운 카드인 H100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붐에 의해 GPU 품귀 현상이 벌어져 이 제품도 개당 5000만원을 호가한다. 최정일 교수 연구실이 갖고 있는 GPU는 A100 모델 4개다. 최 교수는 “2~3억 원 하는 장비를 사려면 전체 연구비 규모가 10억원은 이상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정일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팅센터 계산 자원을 이용했다. KISTI가 보유하고 있는 GPU 8개로 계산을 했다. GPU 8개를 10시간 돌려서 서울 용산 지역 10.49㎢에, 하루 24시간 부는 바람 환경을 모사했다. 2023년 5월에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자원을 돌렸다. KISTI는 2023년 현재 GPU를 260개 정도 보유하고 있고, 절대다수의 계산자원은 CPU 기반의 컴퓨터다. 그리고 2024년부터 구축하는 새로운 슈퍼컴퓨터에는 GPU에 기반한 컴퓨터를 압도적으로 많게 설치할 예정이다.

[그림 1. (좌-상) 해석자를 검증하기 위한 이상화된 건물 구조의 도메인, (좌-하) 해석된 바람장의 평균 유동 및 온도 연직 프로파일: 풍동 실험 결과와 해석자의 프로파일이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 해당 도메인을 이용하여 실제 크기를 가정하여 NVIDIA A100 GPU 개수와 해석 영역, 해석 해상도에 따른 해석자의 시뮬레이션 속도 비교 : 각 선 좌측의 영역은 실제 시간보다 빠르고, 우측 영역은 실제 시간보다 느리게 계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

중요한 건 실시간 해석(정보)

최 교수가 “사람을 태운 UAM이 뜨려면 제일 중요한 건 바람 환경에 대한 실시간 해석이다.”라고 말했다. 바람 환경 정보를 실시간보다 빨리 계산해서 UAM에 줘야 한다. 그래야 UAM 운전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 앞에서 NVIDIA A100 8개를 8시간 돌리면 15분, 즉 900초를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8대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GPU를 쓰면, 예컨대 100개를 쓰면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앞에서 용산의 4㎢ 지역을 격자 크기 4개(8m, 4m, 2m, 1.33m)로 봤다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 중에서 ‘실시간 해석‘에 접근한 격자 크기는 4m다. 4m 분해능으로 보면 격자 수는 4000만 개이고, 한 격자에서의 바람 세 방향과 압력, 온도 변수 총 5개를 알아내려면 전체 미지수는 4000만 × 5 해서 2억 개가 된다. 그러면 하루 동안의 바람 환경을 10시간 만에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시간보다 2.4배 빠르게 계산해냈다. 최 교수는 “기상 데이터를 외부에서 받아서 우리 해석자를 통해서 바람 환경에 대한 결과를 얻어내고, 그걸 드론이나 UAM에게 주고 싶은 거다.”라며 “적절한 분해능을 갖고 해석했을 때 실시간보다 더 빠른 계산은 거의 없었다. 우리 연구는 굉장히 경쟁력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 되면 실시간 예측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 충분하지 않다. 10배 정도 빨리 예측해야 그게 될똥말똥하다. 정보를 드론에 전달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이나 다른 요소를 계산하는 시간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이번에는 바람 외에 온도 변수만 넣었으나, 도심 바람 환경을 이루는 요소는 더 많다. 대기 안정성, 복사열과 열지도, 관측자료 연동, 오염물질 확산 등 추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슈퍼컴퓨팅 기술, 특히 GPU 병렬 계산을 통해 계산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을 더 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누군가 이런 식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계산해서 제공하게 될 것이다. UAM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령, 24시간동안의 상황을 1시간 만에 풀면 24시간 뒤의 상황을 23시간 전에 알 수 있는 거다.

해석자 만들기

도심의 미세 바람 환경을 실시간보다 더 빨리 계산해낸 게 최정일 교수팀의 이번 성과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그런 연구가 없었나?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가 개발한 코드인 FastEddy 모델이 있다. 2020년 GPU 기반으로 한 연구다. 캐나다 콩코르디아 대학교 (Concordia University) 그룹이 2022년에 개발한 CityFFD 모델도 있다. 최 교수는 “NCAR의 모델은 방정식을 해석하는 방법 등이 우리와 다르다. 이때문에 각 모델의 장단이있어고 누가 우위에 있다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우리는 독자적으로 해석자를 만들었고, 이 해석자 장점은 실시간 시뮬레이션 속도가 매우 빨랐다라는 것에 있다. 우리의 해석 속도와 수치 해석 방법을 보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산자원, 해상도와 해석 영역까지 해서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고, 이런 분석도 가능하다는 걸 명시적으로 보여준 최초 사례라고 보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개발한 ‘해석자’ 이름은 무엇인가? NCAR는 FastEddy이고, 콩코르디아 대학교 그룹 모델 이름은 CityFFD인데. 최 교수는 “아직 해석자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서 이름은 차차 고민하고 있으나 대략적으로 정해둔 이름은 있다.”라며 대신 이번 바람길 ‘해석자’를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3단계로 진행되었다. ①수리 모델링, ②수치해석 알고리즘 개발, ③알고리즘 병렬화 순으로 진행된다. 1단계를 보면 여기에 바람길을 해석하기 위한 세 개의 방정식(연속 방정식, 운동량 방정식, 에너지 방정식)이 있다. 이것이 바로 수리 모델링을 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수리모델링한 걸, 즉 수학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학식을 다른 형태로 표현해야 하며, 이걸 차분화(Discretization)시킨다고 한다.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수식을 선형대수 형태로 바꾼다. 이것이 바로 수치해석 알고리듬 개발이다. 여기가 중요하다. 성능을 위해서 좋은 알고리듬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팀은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알고리듬을 진보시켜 왔다. 그래서 해석자가 상대적으로 빠른 성능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산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병렬 계산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마지막 과정인 알고리듬 병렬화이다. 그러면 해석자가 완성된다. ‘해석자’라고 하면 1, 2, 3단계 작업을 다 포함한다. 연구를 유형의 물건으로 본다면 해석자는 프로그램이 되겠다. 이 해석자를 컴퓨터에서 구동하면 된다.”

[그림 2. (좌-상) 서울특별시 용산구의 지형과 해석 영역. 총 유효 해석 영역은 4.00km2이다.이다. (좌-하) 해석 영역에서 해석한 3D 결과. (우) 용산 지역의 (a) XZ 및 (b) Z=10m, (c) Z=40m에서의 XY 연직 속도장. 영역 1에서 대로변 사이에서 유속이 더 강해지는 Channeling effect가 관찰되며, 영역 2에서는 건물 영역의 뒤에 강한 후류가 발생하는 Sheltering effect, 영역 3에서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낮은 지역과 다르게 강한 바람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추후 지표를 활용하여 UAM의 버티포트 설계 등에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

[그림 3. (좌) 해석자에서 주된 계산 시간을 차지하는 삼중대각행렬(Tri-diagonal matrix) 및 다중 GPU 계산에 특화된 알고리즘인 PaScaL_TDMA의 알고리즘 전개도.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전개 시 많은 GPU를 사용하더라도 계산 성능이 저하되지 않고 확장성 있는 계산을 보장한다. (우) 바람길 해석자의 전체 알고리즘 전개 도표. 계산 성능에 주된 영향을 차지하는 코어 모듈에서는 PaScaL_TDMA 알고리즘을 포함하여 CuFFT 등 GPU를 이용한 가속화 라이브러리가 사용되었다. ]

최정일 교수의 이전 연구

이번 연구에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나? 최 교수는 “2019년에 했던 일이다. CPU 기반으로 병렬계산을 하는 방법론인 MPI(Message Passing Interface, 메시지 전달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해석자를 만드는 게 힘들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이 연구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알고리듬을 만들어왔다. 2016년에 한 차례 도약이 있었고(Journal of Computational Physics, 논문 제목 A decoupled monolithic projection method for natural convection problems), 2019년이 되었을 때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 그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한 병렬 계산법도 개발했다. CPU 25만 코어를 갖고 병렬계산을 하는데 MPI를 이용하여 계산하는 방법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연구가 2021년 ‘Computer Physics Communications’ 저널에 PaScaL_TDMA라는 수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공개하면서 출판하였다. 연구방법론에서는 이게 가장 큰 도약이다. 그리고 2023년에 PaScaL_TDMA 2.0을 만들었다. 이건 기존 알고리듬의 GPU 버전이다. GPU가 CPU 기반 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연구방법론에서 세 번의 도약이 있었다.”

바람 환경 연구에 대해 되짚어본다면, 앞선 연구로는 2019년 레일리-베나르 대류(Rayleigh–Bénard convection) 문제를 해석한 게 있다. 레일리-베나르 대류는 아래에서 가열된 유체의 평면 수평층에서 발생하는 자연 대류의 한 유형이다. 최 교수는 “물을 끓일 때 바닥면에서 가열된 물은 부피가 팽창하여 밀도가 낮아져 부력으로 상승하고, 반대로 상층부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밀도가 높아진 물은 하강한다. 그럼 유체의 순환 운동이 발생하면서, 유체 내 정렬화된 패턴이나 셀 등이 형성된다. 이러한 현상은 온도차이가 일정 기준을 넘었을 때 발생하며, 온도차가 클수록 대류현상이 강한 난류로 발전한다. 레일리-배나드 대류는 유체역학, 기상학 및 공학에서 중요한 현상으로 연구되며, 온도차에 의해 유도되는 자연대류의 기본적인 예시로서 유체동역학적 패턴을 이해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기에, 이러한 현상을 시뮬레이션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MPI 기반의 CPU를 이용하여 계산한 것이고, 여기에서 해석자를 확대시켜, 건물도 인식하게 하고, CPU 기반 계산에서 GPU 기반 계산으로 바꿔서 탄생한 게 2023년 연구다.

양민규 박사과정 연구원이 2023년 논문의 제1저자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질문을 받고 “내가 하드웨어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GPU와 친해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라며 “목표로 하는 성능이 100이라고 하면 처음에 코딩했을 때는 10밖에 안 나왔다. 100까지 가기 위해 교수님과 많은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양민규 연구원과 더불어M내 연구실에 있었던 김기하 박사(삼성종합기술원), 오근우 박사(삼성디스플레이), Xiaomin Pan 교수(상하이대)와 KISTI 강지훈, 권오경 박사들을 포함한 연구원들의 노력이 집약된 산출물이자 실시간 도심풍환경 연구의 마중물이다.”라고 말했다.

최정일 교수의 연구 이력

최 교수는 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복잡한 난류가 생기면 벽면에서 마찰이 많이 발생한다. 항력이 많이 생기니, 이를 제어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려고 했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항력감소를 위한 난류제어기법 개발’이다. 2002년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가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Chapel Hill)과 NCSU에서 2010년까지 연구했다. 2010년 연세대학교 교수로 오기 직전에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의 건물화재연구소(Building & Fire Research Lab)에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