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Science

  • 응용분야 | 화공
  • 책임자 | 백서인 교수, 서강대학교
  • 혁신지원 프로그램 번호 | KSC-2023-CRE-0134
  • 논문 | 활성 모티프 기반 기계 학습을 사용한 CO₂ 저감용 전기촉매의 데이터 기반 발견(Data-driven discovery of electrocatalysts for CO₂ reduction using active motifs-based machine learning), Nature Communications, ‘23년 11월

백서인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가 쓴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가 2023년 하반기에 받아들였다. 백 교수가 제출한 논문 제목은 '활성 모티프 기반 기계 학습을 사용한 CO₂ 저감용 전기촉매의 데이터 기반 발견'(Data-driven discovery of electrocatalysts for CO₂ reduction using active motifs-based machine learning)이다.
백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이산화탄소를 부가가치가 높은 화합물로 바꿀 좋은 촉매를 찾아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가 배경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 지구차원의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활성과 선택성을 갖는 전기화학 촉매가 필요하다.
백서인 교수는 이론화학자다. 그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에서 촉매의 활성과 선택성을 동시에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인공지능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터의 막강한 계산 능력을 이용한 계산과 인공지능 연구를, 기존의 촉매 개발론에 접목했다. 이론화학자가 기존에 했던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활성과 선택성이 좋은 촉매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걸 보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알기위해 지난 10월 10일 서강대학교 최양업관 4층의 백서인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인공지능을 갖고 하는 촉매 개발 연구의 큰 그림

백 교수는 “촉매 개발이 내 연구주제이고, 슈퍼컴퓨터를 통한 제1원리 계산, 즉 계산화학과 인공지능이 연구 도구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카이스트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Sustainability)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두 곳(스탠퍼드대학교,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다. 2020년 3월부터 서강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촉매는 화학반응을 빨리 가게 하거나 늦게 가게 하는 물질이다. 반응 속도를 조절하나, 그 자신은 반응에 의해 소모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백 교수는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선 다양한 후보물질에 대한 수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 20년 전부터는 제1원리계산(first principle calculation)으로 촉매 성능을 컴퓨터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촉매 성능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이후 실험 화학자가 검증하는 식으로 촉매 개발을 하고 있다. 제1 원리 계산을 하는데 컴퓨터 계산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이런 식의 촉매 개발 과정을 ‘정방향 소재 설계’라고 한다. 그가 박사 과정과 첫 번째 박사후과정 때 한 연구가 이런 거였다.

백 교수의 요즘 연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정방향 소재 설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제1원리계산 기반 방법론은 간단한 몇 가지 표면을 사용하여 촉매 성능을 예측하였으나, 백 교수는 수천 개가 넘는 표면을 이용해 촉매 성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표면에 대한 제1원리계산을 수행할 수 없기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다. 그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제1원리계산을 위해서다.

제1원리 계산이란 무엇인가?

제1원리 계산이란 말이 낯설다. 백 교수는 “화학이나 소재, 물리 쪽에서 제1원리 계산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가정이 없이 바로 물리원칙에서 시작한다는 측면 때문에 제1원리라고 한다. “고체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때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다” “어떤 원소의 위치를 주면 그 시스템의 에너지를 알아낼 수 있는…” 과 같은 설명을 백 교수가 해줬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했다. 제1원리에 대한 이런 설명이 있다. “제1원리계산은 실험 혹은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양자역학의 기본원리를 사용하여 진행한다. 전자와 원자핵과의 상호작용 및, 전자와 전자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슈뢰딩거 방정식을 푼다. 이를 통해 물질의 다양한 성질, 즉 구조, 열역학, 전자기, 광학 성질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계산법을 제1원리 계산법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어 있으나 고체산화물의 구조 및 전자 상태는 밀도범함수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은 KISTI 사이트의 보고서 ‘제일원리계산을 이용한 신규 투명 전도 재료 연구’에서 인용했다.

밀도범함수이론이 무엇인지도 확인했다. 위키백과에 설명이 있다. 밀도범함수이론은 물질, 분자 내부에 전자가 들어있는 모양과 그 에너지를 양자역학으로 계산하기 위한 이론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어떤 분자가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와, 특정 분자의 모양과 성질 등등을 예측할 수 있다.)

제1원리와 밀도범함수이론 개념을 어슴푸레 알았다. 다시 백 교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제1원리에서 막혔기에 쉬운 부분부터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질문을 바꿨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존의 촉매 설계 방법론은 단순

백 교수는 “기존의 촉매 설계 방법론은 주로 표면 하나만을 모델링했다. 그 표면 흡착물의 흡착 에너지 계산을 통해 촉매 활성을 예측했다”라고 말했다. 이 방법론은 실제(reality)와 괴리가 크다. 표면 하나만을 보는 모델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본 결과이어서 실험으로 확인해 본 것과 많이 다를 수 있다. 백 교수 설명을 옮겨본다.

“이번 연구는 시뮬레이션과 실험 간의 간극을 더 줄이기 위한 노력이고, 새 방법론을 개발한 거다. 하나의 표면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표면들을 모델링했다. 모델링한 표면에서 흡착 에너지를 전부 계산하지 않았고, 그런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다. 기존 방법론보다 훨씬 많은 표면을 고려했기 때문에 실험과 계산의 갭을 훨씬 더 줄였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나의 표면 모델이고, 다양한 표면을 모델링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설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흡착에너지(adsorption energy)란 무엇일까?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데 사용하는 촉매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인데, 그것과 흡착에너지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백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바꾸는 일을 나는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일을 하는 게 촉매다. 활성과 선택성이 높은 촉매가 필요하다”라며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바꾸는 반응이 잘 일어나게 활성화해야 하고, 원하는 화합물만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즉 선택성이 높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활성과 선택성을 예측하기 위해서 일산화탄소(CO)의 흡착 에너지, 수소(H)의 흡착 에너지 등등을 특성 예측 인자로 사용한다. 촉매 특성을 예측하기 위해 흡착에너지를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흡착은 표면에 물질이 결합하는 거다. 백 교수는 “CO의 흡착 에너지는 CO가 촉매 표면에 붙었다가 떨어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라고 이해하면 되겠다”라며 “촉매 반응은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흡착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구리(Cu) 촉매를 생각해 보자며 “구리의 가장 안정한 표면은 111면이다. 그 표면에서 흡착 에너지 하나를 계산한다. 굉장히 단순한 표면을 계산하는 거라고 앞에서 내가 말했다”라고 말했다. 111면이 또 무엇인가? 그는 “실제 합성을 하면 구리 촉매의 다양한 면이 노출된다. 그중에서도 111면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안정하기 때문에 제일 많이 존재 한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에게 자료 화면을 볼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이해하기가 낫지 않을까 싶다. 백 교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라며, 노트북을 켜서 슬라이드를 한 장 띄웠다. 그림이 있다. 금속 촉매가 있고, 촉매는 지지체(support) 위에 놓여 있다. 지지체로는 CNT(Carbon Nanotube, 탄소 나노 튜브) 등 다양한 게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백 교수는 “금속 촉매가 CNT 위에 올라가는데, 우리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는다면 촉매 겉면의 111면이 가장 에너지적으로 안정된 면이다”라고 말했다. 그림에는 ‘111면‘ 말고 ’001면‘도 보인다. ’001면‘에 관심을 보이자, 그는 001면은 이 경우에 두 번째로 안정한 면이라고 했다.

그러면 몇 개 표면이 금속 촉매 위에 있는 것인가? 백 교수는 “굉장히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 수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실험 합성법을 썼을 때 많이 노출되는 표면이 111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많이 노출되는 표면이라는 건, (에너지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많이 노출된다고 했다. 노출된다는 건 또 무엇인가? 백 교수 설명이다.

“‘111면’ 말고 ‘001’면도 촉매 반응에 기여를 할 거다. 111면과 001면 사이에 있는 다른 모서리도 반응에 기여한다. 실험화학자가 실험을 할 때 나타나는 실제 현상은 저렇게 복잡하다. 그런데, 이론화학자가 만들어온 모델은 한 개의 면, 가령 111면만 봤다. 너무 간단한 모델이다. 물론 모든 표면을 집어넣은 걸 모델링할 수 없기 때문에 면의 일부를 모델링하기는 했다. 촉매 표면 크기가 5 나노미터면 그 안에 원자가 수 천 개가 있을 거다. 이렇게 많기에 제1원리계산인 DFT(밀도범함수법)계산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다른 면 대신 가장 안정한 면만 고려했고, 이게 기본적인 표면 모델링 연구다. 이제는 달라졌다. 슈퍼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훨씬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개발한 방법론은 5000개 표면 모델을 만들어 예측한다. 그게 이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에 적용한 것이고, 그 방법을 갖고 실제로 활성과 선택성이 좋은 촉매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였다.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가 있는 물질로 바꿀 수 있는 촉매를 2가지 제안했다.”

백 교수는 학교에 컴퓨터 클러스터를 구축해서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원활한 연구를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KISTI의 큰 도움을 받아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가 개발한 5000개 표면을 보는 방법론

기존 방법론은 한 개 표면을 모델로 만들어 연구했고, 백 교수는 5000개 표면 모델을 만들어 보는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했다. 계산을 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한다.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려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촉매 시뮬레이션 분야에는 공개되어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백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 기법들은 텍스트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기법이 많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다. 그런데 내가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촉매 표면 흡착 에너지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는 게 없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일산화탄소(CO)와 수소(H)의 흡착에너지를 밀도범함수이론(DFT) 으로 계산한 데이터를 만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컴퓨터 클러스터로는 데이터를 만들기가 힘들다. KISTI의 슈퍼컴퓨터 계산 자원이 필수적이다. DFT계산을 해서 데이터를 만드는데 KISTI 슈퍼컴퓨터의 계산 자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만든 데이터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 시켰다. 이제 인공지능 모델을 갖고 촉매 특성을 평가할 수 있다. 5000개 촉매 표면이 반응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해서 활성과 선택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백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바꾸려고 할 때 왜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흡착 에너지를 보는 것일까? 그는 “내가 박사후과정을 했던 기관에서 (한 연구자가) 이 연구를 2010년에 시작했다. 그 후로 연구가 발전해 가면서 CO와 H의 흡착에너지가 좋은 특성 예측 인자라는 게 밝혀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연구기관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이고, 연구자는 옌스 뇌르스코프(Jens K. Nørskov)다. 뇌르스코프 교수는 백 교수가 2017년에 스탠퍼드를 찾았을 때 멘토였다. 연구는 백 교수가 스탠퍼드에 가기 7년 전에 나왔다. 구리 촉매에서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계산 연구, 즉 시뮬레이션 연구를 뇌르스코프는 처음으로 수행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반응에서는 여러 생산물이 나온다. 수소 기체, 포름산, 일산화탄소 등등의 반응 중간체가 만들어진다. 뇌르스코프는 이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살펴보았다. 백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의 작동 전압을 모사했다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정확도가 굉장히 높다는 걸 보였고, 다음 연구에서는 구리 말고 다른 금속 촉매로 연구를 확장했다. 백 교수는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서는 다양한 중간체들이 있다. CO, COOH 등이 있는데, 이런 중간체들의 흡착 에너지가 선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즉 비례를 이룬다는 걸 (뇌르스코프 교수 실험실이) 알아낸 거다”라고 말했다. 뇌르스코프 교수는 촉매 시뮬레이션 쪽으로는 대가이고, 몇 년 전에는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했다.

서강대 교수로 오다

서강대 교수로 2020년에 왔고, 다음해인 2021년에 낸 논문이 있다. 백 교수가 연구실 첫 학생인 목동현 씨와 진행한 연구다. 촉매 표면에서 흡착에너지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이고, 카네기멜런에서 한 연구를 확장했다. 카네기멜런에서는 더 정확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주안을 뒀다면, 서강대에 와서는 정확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촉매 개발에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 쪽으로 바꿨다.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다양한 입력 값이 있는데, 2021년 논문에서는 촉매의 흡착 자리 근처에 있는 원소만을 봤다. 백 교수가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CO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즉 결합하는 원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는 두 번째로 가까운 원소가 있다. 같은 층에 있는 것도 있고, 바로 아래 원자 층에 있는 원소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가까운 원소는 ‘흡착물에 대한 두 번째 이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원소들의 위치 등 다양한 정보의 값을 가중치를 둬서 입력했다. 그랬더니 카네기 멜런에서 개발했던 방법과 유사한 정확도를 가지면서 인공지능을 빨리 학습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카네기 멜론에서 개발한 모델이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수 시간 걸렸다면 서강대 와서 개발한 모델은 200초면 충분했다. 백 교수는 “불필요한 정보 없이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넣었기 때문에 학습이 굉장히 빨리 됐다. 또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들어갔기 때문에 정확도는 예전의 내 모델 수준을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약간 과장하자면 기존에는 전수 조사를 했으나, 2021년 연구는 중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더 빨리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KISTI 계산 자원을 써서 뭘 계산한다는 것일까?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서 계산해야 되는 문제라면 복잡할 거다. 백 교수가 수행하는 ‘촉매 재료 시뮬레이션’ 연구는 어떻기에 계산이 많은지 궁금하다. 슈퍼컴퓨터를 갖고 연구를 하는 화학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다. 백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백 교수가 KISTI의 슈퍼컴퓨터 이용자가 된 건 카이스트 대학원 박사과정 때 정유성 교수(현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할 때다. KISTI슈퍼컴퓨터를 써도 카이스트 옆에 있는 KISTI를 찾을 필요는 없고, 원격으로 접속해서 사용했다. 그가 KISTI 계산자원을 갖고 처음으로 연구한 건 KISTI의 과거 ‘거대 프로그램’을 받아갖고 수행한 거다. 금과 은 나노입자, 나노와이어 촉매에 관한 연구였다. 백 교수는 당시 “거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굉장히 큰 나노입자와 나노와이어까지 모사해보았다. 크기가 커지면서 활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를 같이 찾아간 권오경 KISTI 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은 도움말을 들려줬다. “KISTI에 두 가지 트랙이 있다. 일반 트랙, 혹은 창의 트랙이라고 하는 것과, 거대 트랙이다. 창의 트랙은 말 그대로 모든 연구자가 경쟁하는 입장에서 연구 계획을 제출하면 먼저 제출한 사람이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다. 거대 트랙은 진짜 큰 계산 작업에 대해 KISTI의 슈퍼컴퓨터를 3개월 정도 전세 내주듯 쓰게 한다. 일정 시간 동안 일정 공간을 전용으로 쓸 수 있게 해드린다. 정말 큰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거대 프로그램은 이용료가 없다. 무료로 국내 연구자들이 쓸 수 있다.”

백 교수는 현재 KISTI 계산 자원을 무료로 다 쓰고 있다. 급하게 필요한 경우 유료로 빌려 쓴 적이 있다. 그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4년 내내 KISTI 슈퍼컴퓨터를 썼고, 또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 바로 KISTI 슈퍼컴퓨터 이용자가 되었다.

백 교수가 이번에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 제안한 건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환원시키는 것이었고, 465가지 금속 조합을 봤다. 그리고 Cu-Pd 합금촉매와 Cu-Ga합금 촉매가 C1이상의 화합물(에틸렌 등)과 포름산 생산에 유리한 촉매라고 제시했다. 백 교수의 이론 연구는 실험 화학자가 확인하였다. 실험실에서 직접 물질을 합성해서 반응을 일으켜 촉매의 활성과 선택성이 예측대로 나왔는지를 봤다. 실험 연구는 중국 상해 교통대학교의 쿤 지앙 (Kun Jiang) 교수가 했다. 지앙 교수와는 미국에서 인연이 있었고, 그와는 지금가지 공동 논문을 5편 썼고, 지금도 같이 하는 게 있다. 백 교수는 “우리가 1년간 이론 연구를 해서 465가지 조합 중 촉매 2개를 제안했고, 실험 그룹은 이를 확인하는 데 6개월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한양대학교 화공과를 최우등으로 그리고 조기 졸업했다. 카이스트 석사도 남들보다 6개월 빠른 1년 6개월만에 졸업했다. 공부와 연구를 잘 한 비결을 물었더니 “집념이 강하다. 그리고 엉덩이가 좀 무겁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은 조기졸업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고 했더니 “병역의무를 대신하려면 4년을 채워야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림 1. (a) CO₂ 환원 반응 생성물의 선택성 예측 과정. (위) 다양한 촉매 표면에서 반응 중간 체의 흡착에너지를 예측. (아래) 예측한 흡착에너지로부터 각각의 생성물에 대한 생산성을 계 산. (b) 앞선 과정을 통해 465가지 원소 조합의 선택성 및 활성 예측. ]

[그림 2. (a) 인공지능을 통한 Cu-Pd 합금 촉매의 성능 예측 결과. 전압에 따른 생성물의 선택성 변화를 예측. (b) Cu-Pd 합금 촉매의 성능 실험 검증 결과. 인공지능 예측 결과와 동일한 실험 결과를 확인.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한 방법론은 (c) 촉매 표면의 구조, (d) 조성 변화에 따른 성능 변화 예측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