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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용분야 | 지구과학(기후)
  • 책임자 | 국종성 교수, POSTECH
  • 혁신지원 프로그램 번호 | KSC-2022-CHA-0008, KSC-2023-CHA-0001
  • 논문 | 이산화탄소 감축 시기의 극한 엘니뇨 증가
    (Increase in convective Extreme El Nino events in a CO₂ removal scenario)
  • 학술지명 / 출판연도 | Science Advances / 2023

포항공과대학교 중앙도서관 이름은 박태준학술정보관이다. 한 시대 거인 이름을 딴 이 건물 바로 맞은 편에 흰색의 작은 3층 건물이 있다. 지곡연구동이다. 3층에 가니 ‘급격한 기후변화 센터’가 있다. 센터장은 국종성 교수(환경공학부). 국 교수는 지난 6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극한 엘니뇨 관련 논문을 보고했다. 당시 포스텍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그의 논문 내용을 이렇게 정리했다.

“POSTECH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 가얀 파티라나 씨 연구팀은 지구 시스템 모델을 이용한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감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 상황에서도 극한 엘니뇨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얻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극한 엘니뇨는 수온 상승과 함께 일 평균 강우량이 5밀리미터(mm)를 초과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 극한 엘니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는 결과는 알려져 있었다. 국 교수와 동료 연구자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산화탄소 중립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극한 엘니뇨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어찌 되나? 다시 포스텍 보도자료를 보자. 그가 찾은 답이 요약되어 있다.

“이산화탄소를 다시 감소시키더라도 극한 엘니뇨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열대 수렴대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동태평양 지역의 강수가 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해 극한 엘니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예측은 탄소 중립 등의 탄소 저감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농도로 축적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로 인해 극한 엘니뇨의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 교수를 찾아간 건 지난 9월 19일이다. 알고 보니 그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터의 오래된 고객이다.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일 때(1998~2000), 처음으로 KISTI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국 교수는 “기후모델링을 했다. KISTI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9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들어갔고, 이곳에서도 KISTI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해양과기원은 당시 ‘한국형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모델을 돌리는 데 슈퍼컴퓨터를 필요로 했다. 지구시스템 모델이 무엇인가? 국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과거에 기후 변화를 한다고 하면, 대기, 해양, 해빙, 지면 4가지 요소만 고려하면 됐다. 2000년 대 초반쯤 해서부터 이것만 해서는 기후 변화를 잘 예측하지 못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육지 식물과 해양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지면과 해양의 생지화학 과정이 기후변화에 중요하다는 연구가 제시되었다. 또 탄소 순환이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었다. 이 요소들을 모두 결합한 게 지구시스템 모델이고, 그런 바탕에서 한국형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해양과기원이 당시에는 안산에 있었다. 자체적으로 리눅스 클러스터를 구축해놨으나, KISTI슈퍼컴퓨터를 추가로 연구에 이용했다. KISTI 슈퍼컴퓨터로 지구시스템 모델을 돌리면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나왔다. 당시 어려움은 이 데이터를 가져오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페타 바이트 분량이었다. 페타(peta)가 무엇인가? 메가(106), 기가(109), 테라(1012)까지는 익숙한데, 잘 모르겠다. 알고 보니, 페타는 테라의 1000배인 1015이다. 대단히 큰 파일 사이즈다, 국 교수는 “슈퍼컴퓨터를 돌리는 시간과 계산한 데이터를 내려받는 시간이 비슷했다”라고 표현했다. 컴퓨터로 계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이나 대전에서 부산으로 자료를 전송받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는 얘기다. 계산에 몇 달 걸렸다면, 내려받는 데 몇 달 걸렸다는 식이다. 국 교수가 기억하는 당시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책임자는 조민수 박사다.(조민수 박사는 지금은 KISTI 부원장이다) 국 교수는 “조민수 박사님이 해양과기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애로 사항을 많이 들어줬다“라고 말했다. 국 교수를 만나기 위해 포항에 갈 때 KISTI 권오경 박사가 동행했다. 권 박사는 내게 “요즘은 데이터를 내려 받는 속도가 빨라졌다. 대전 KISTI와 포항공대 간에 전용선이 있다. KREONET(크레오넷)이라고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조직이 KISTI 내부에 있다”라고 말했다. 국 교수는 “여전히 느리다”라면서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나온 데이터를 저장해야 한다. 그 저장 공간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슈퍼컴퓨터를 갖고 연구하기

국종성 교수는 2014년 포스텍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KISTI 시설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건 2022년 1월부터다. 2023년 말까지 계속해서 KISTI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KISTI는 그의 기후 변화 연구를 지원하고 위해, 컴퓨팅 자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KISTI로부터 계산 자원을 제공받기 전에는 포항공대 박태준 학술정보관 지하에 있는 서버실 내에 구축한 자체 리눅스 클러스터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KISTI 슈퍼컴퓨팅 자원이 필요했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몇 가지를 언급했다. 연구자가 자체적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비용이 올라갔다. 하드디스크 등이 엄청나게 비싸졌다고 한다. 국 교수는 “연구비를 따서 자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걸 어찌어찌 할 수 있으나 그래서는 과제를 온전히 수행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기후 연구가 달라졌다. 확장되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기후 변화의 비가역성이 새로운 연구 주제로 떠올랐다. 비가역성이 무슨 얘기냐 하면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가 감소하면 현재의 기후로 되돌아올 수 있느냐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국 교수 얘기를 옮겨 본다.

“나는 ‘급격한 기후변화 연구 센터’를 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진행되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변할 수 있다. 그런 연구를 하려면 전체 지구 시스템 모형으로 해야 한다. 굉장히 오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몇 백 년을 돌려야 한다. 기존의 기후변화 연구는 향후 100년 어떻게 될지를 봤다. 100년 시뮬레이션 돌리고 끝냈다. 급격한 기후 변화를 연구하려면 200년, 300년, 400년을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슈퍼컴퓨팅 자원량이 확 늘어난 거다.”

기존의 기후변화 연구와 급격한 기후변화 연구는 무엇이 다른가? 그는 “그전에는 100년 후의 기후가 어떻게 될 것인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량이 지금보다 2배가 되면 기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연구를 했다. 그런데 탄소 중립이라는 게 나오면서 연구가 달라졌다”라고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탄소 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는 걸 더 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가 채택한 파리 협약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탄소중립 선언이 나오자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는 회복 가능할까 하는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국 교수와 같은 기후과학자는 새로운 과학적인 질문을 풀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세 번의 슈퍼 엘니뇨

국종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94학번이다. 대기과학은 크게 기후과학과 기상과학으로 나눠볼 수 있다. 날씨(weather)를 연구하는 사람이 기상학자이고, 기후, 즉 영어로 climate를 연구하는 사람은 기후학자다. 그가 2023년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을 낸 건 ‘극한 엘니뇨’ 관련 연구다. 엘니뇨는 기상이 아니라, 기후 연구다. 엘니뇨는 그와 아주 오랜 인연이 있다.

엘니뇨가 정확히 무엇일까? 자주 듣기는 하나, 엘니뇨가 뭔지 말해 보라고 누군가가 옆구리를 찔러 보면 설명 못한다. 다시 확인해본다. 기상청 사이트는 “적도 열대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엘니뇨”라고 말한다. 엘니뇨가 강해지면 그걸 슈퍼 엘니뇨, 혹은 극한 엘니뇨라고 한다. 국종성 교수의 2023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연구를 소개하는 포스텍 보도자료에 따르면 극한 엘니뇨는 수온 상승과 함께 일 평균 강우량이 5밀리미터를 초과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극한 엘니뇨는 세 번이라고 국 교수는 본다. 82/83엘니뇨, 97/98엘니뇨, 15/16엘니뇨다. 97/98엘니뇨는 1997년~1998년에 발생했다. 국 교수가 지리산 폭우로 김대중 정부 초기에 사람이 많이 죽었다며, 기억하느냐고 물어왔다. 기억에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8년 7월 31일에서 8월 1일 사이에 집중호우로 지리산 근처 계곡과 인근 마을에서 야영객과 주민 103여 명이 물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됐다. 국 교수에 따르면, 이 사건은 충격적이었고, 정부는 왜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느냐 따져봤고, 그 원인이 엘니뇨라는 것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국 교수는 “한국의 본격적인 기후 예측 연구는 이때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엘니뇨가 중요하고 기후 예측 분야가 떠오르자, 기상청이 기후 관련 연구 과제를 만들었다. 국 교수는 당시 서울대 대학원 석사 과정 학생이었고, 강인식 교수 실험실 소속이었다. 강 교수가 기상청의 기후 예측 모델 만드는 과제를 수행했다. 당시 실험실에 엘니뇨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 한 명 있었다. 국 교수의 2년 선배인데, 마침 그는 군대에 가고 없었다. 그러니 실험실에 엘니뇨를 할 사람이 없었고, 강인식 교수가 국종성 학생에게 엘니뇨 예측 모형 개발 연구를 맡겼다. 이 엘니뇨 예측 모델 개발이 그의 석사 논문이 됐다. 그가 개발한 모델을 기상청이 오래 사용했다. 국 교수는 “재작년까지인가 25년 이상 기상청이 내가 만든 모델을 갖고 엘니뇨 예측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게 국 교수와 엘니뇨와의 인연이다. 그의 엘니뇨 연구는 이후 어떻게 진화했을까?

국종성 엘니뇨 연구의 진화

석사 학위 연구가 엘니뇨 예측 모델 만들기였다면, 박사학위 연구 주제는 엘니뇨 역학 및 엘니뇨 예측이다. 그에게 연구 주제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엘니뇨 예측에 포커스를 뒀다. 다음에는 태평양에서 생기는 엘니뇨와 인도양, 대서양이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는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이슈가 된 게 있는데, 엘니뇨 다양성이다. 엘니뇨가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거다. 동태평양 엘니뇨 외에 중태평양 엘니뇨가 있다는 연구를 했다. 중태평양 엘니뇨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가는 적도 지역에 생긴다. 내가 2009년 《네이처》에 엘니뇨의 다양성에 관한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이 나온 후에 엘니뇨 커뮤니티가 엘니뇨 다양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0~15년간 연구가 유행이었다. 내가 이 연구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 논문 다음에 나는 중태평양 엘니뇨가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걸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 중태평양 엘니뇨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건 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과학과)와 함께 한 연구다.”

엘니뇨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엘니뇨 형태가 다르면 그 영향도 다르다. 그런데 기후학자들은 엘니뇨 다양성 관련 어떤 연구를 했다는 건가? 국 교수에 따르면 엘니뇨 다양성이 왜 생기는지, 중태평양 엘니뇨는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지 등 엘니뇨로 할 수 있는 모든 연구를 두 가지 형태의 엘니뇨를 갖고 했다.

엘니뇨 다양성 연구는 성숙 되었나? 국 교수는 “최근 추세는 두 가지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엘니뇨 다양성을 봐야 한다는 거다”라며 태풍을 예로 들었다. 동북아시아에 여름철 접근하는 태풍을 보면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엘니뇨도 각각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생기는 위치가 다르고, 또 위치가 같다 하나 대기와 어떻게 접합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

이후 국 교수 연구 흐름은 극한 엘니뇨이고 기후의 비가역성으로 이어진다. 2023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고한 논문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극한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기준으로 말하면 2~2.5도가 높은 거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으로 5개월 지속되는 걸 말한다. 이게 엘니뇨에 대한 정의다. 해수면 온도 측정은 위성에서 한다. 그리고 해수면 온도를 재는 ‘동태평양‘은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 위도 5도 이내, 경도로는 서경 150~90도 지역이다. 이 지역을 ’니뇨 3’라고 한다. 극한 엘니뇨 기준은 연구자마다 달라, 2도로 보는 사람이 있다. 국 교수는 2.5도 이상으로 본다.

국 교수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을 냈을 때 보도자료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극한 엘니뇨를 표현하지 않았다. 극한 엘니뇨를 ‘수온 상승과 함께 일 평균 강수량이 5밀리미터를 넘어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수온이 아니라, 강우로 엘니료를 표현하는 건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는 “조금 다르게 정의한 거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 설명 안 하려 했다”라며 기후학 얘기를 조금 더 깊이 들려줬다.

엘니뇨와 이상 기후

그는 “엘니뇨가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 하면, 대기 순환을 바꿔서 이상 기후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바닷물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대기 순환이 바뀐다. 대기 순환을 어떻게 바꿀까? 엘니뇨가 발생하면 강수가 바뀐다. 비는 공기 중 수증기가 물로 바뀐 거다. 기체(수증기)에서 액체(비)로 바뀌는데, 이때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는 잠열(潛熱, Latent Heat)이라고 한다. 잠열로 인해 비가 많이 오면 엄청난 공기 가열이 일어난다. 공기가 데워지면 가벼워지니 상승한다. 대단한 공기 상승 작용이 일어난다. 큰 대기 순환이 생긴다.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 이게 이상기후를 전 지구적으로 만든다.

국 교수는 “엘니뇨 현상 때 바닷물 온도 변화보다 중요한 건, 그 지역의 강수가 얼마나 바뀌었느냐다”라며 “강수량 변화를 측정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기후에 대한 영향 면에서는 강수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수량을 갖고 엘니뇨를 정의한 건 그가 아니다. 국 교수도 다른 사람이 내린 일평균 5밀리미터 이상 내리면 그걸 극한 엘니뇨라는 정의를 갖다 썼다. 국 교수는 “지금까지 일 평균 강우량이 5밀리미터 이상 온 건 관측 사상 세 번밖에 없었다. 82/83엘니뇨, 97/98엘니뇨, 15/16엘니뇨다”라고 말했다.

국 교수의 ‘이산화탄소를 줄여도 강해지는 극한 엘니뇨’ 연구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열대 수렴대’라는 용어가 나온다. “열대 수렴대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동태평양 지역의 강수가 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해 극한 엘니뇨가 발생한다”는 문장이다.

열대 수렴대에 대해 보도자료는 보충 설명에서 “지구 대기 순환에 의해 적도 부근에 북동무역풍과 남동무역풍이 수렴하면서 생기는 저기압대”라고 적어놓았다. 내용이 더 알고 싶어 자료를 찾아봤다. 이런 설명이 있다. “공기 상승이 일어나는 적도 지역이다. 적도 무풍대라고도 한다. 열대수렴대 이동은 계절에 따라 바람 방향이 바뀌는 계절풍의 원인이다.”

극한 엘니뇨가 생기면 열대 수렴대가 남쪽으로 왜 이동하는 것일까? 국 교수는 “열대 수렴대가 남쪽으로 내려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이산화탄소 관련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그의 얘기를 옮겨 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늘어나는데 ‘탄소 중립’을 실천해서 현재 상태로 되돌린다고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되돌리면 지구 온도가 낮아질 거다. 온도가 낮아지는 데 북반구와 남반구가 다르다. 북반구는 빨리 온도가 낮아지나, 남반구는 늦게 내려간다. 그 이유는 남반구에 바다가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높은 쪽으로 수렴된다. 달리 말하면 이렇다. 따뜻한 데와 차가운 데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상승 운동하는 공기가 있다. 상승한 공기는 따뜻한 곳으로 간다. 즉 북반구 쪽으로 더 많이 간다. 열대 수렴대는 적도에서 북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계절마다 다른 데 북위 5~10도 사이에 있다. 그런데 상승한 공기가 북반구쪽으로 많이 가면서 열대 수렴대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간다. 그러면 적도에 강수가 많아진다. 이게 엘니뇨를 만든다.”

열대 수렴대가 남반구로 얼마나 밀려 내려갈까? 국 교수는 “아주 많이 내려갈 때는 아예 북반구에 있던 게 아예 남반구까지 내려가고,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제일 많이 내려갈 때는 200년 후쯤이다”라고 말했다.

극한 엘니뇨가 동북아시아, 한반도에 미치는 기후 영향은 무엇일까? 국 교수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에는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시아는 오히려 비가 적게 오며 가뭄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그는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지구 전체의 강수량은 2~3% 늘어난다. 지역적으로는 보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는 더 많이 오고, 적게 오는 지역에는 더 적게 온다”라고 말했다.

기후의 비가역성

2023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은 ‘기후의 비가역성’이 핵심 키워드다. 앞에서 일부 얘기 나왔으나 본격적으로 내용을 물었다. 이번 연구에서 국 교수의 첫 번째 관심은 기후변화의 비가역성 연구다. 국 교수에 따르면, 연구를 위해 ‘비가역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먼저 만든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1%씩 증가한다면 지금으로부터 140년 후에는 현재 농도의 3배가 된다. 그게 정점이다. 그러니 140년 후 시점에서 똑같은 비율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씩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그때부터 280년이 되는 지점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봤다. 국 교수는 “올라가는 140년과, 내려가는 140년을 집중적으로 비교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는 140년에 발생하는 극한 엘니뇨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지는 140년간에 극한 엘니뇨가 2~3배 더 많이 발생할 거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이게 국 교수 연구의 핵심이다.

시뮬레이션을 돌린다는 건 슈퍼컴퓨터를 갖고 적분 계산을 하는 거다. 그는 240년간 모델을 돌려 적분 계산을 하는 데 6개월 이상 소요됐다. 이런 대규모 기후 시뮬레이션 돌리기는 KISTI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KISTI의 계산 자원 지원이 있어서 수행할 수 있었다. 미래 기후 변화의 변동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가상 지구의 기후 모형을 갖고 수 백 년 이상 적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 교수가 향후 500년 기후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려고 한다. 한참을 더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그는 “KISTI가 슈퍼컴퓨터를 더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내가 좋은 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 쪽에 슈퍼컴퓨터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 교수를 만난 지 2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는 지난해 ‘리더 연구자’로 선정되었다. 한국연구재단 과제이고, 6년간 계속된다. 연 8억 원을 지원받는다. 그는 “향후 10년은 급격한 기후 변화가 왜 생기고, 그걸 예측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풀려고 하는 구체적인 과학적인 질문은 무엇일까? 그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지구를 온난화쪽으로 계속 밀고 있다.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한다. 거기에서 조금만 더 밀면 균형이 깨진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후보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대서양에 큰 해양 순환이 있는데, 그게 멈출 수 있다. 영화 투모로우(2004년)가 북대서양 해류가 멈추고, 그 여파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 뉴욕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는 설정을 한 바 있다. 국 교수는 그런 게 예측 가능한지가 중요하고, 그런 걸 연구한다고 했다. 대서양은 그렇고, 태평양에서는 급격한 기후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는 “태평양에서는 해류가 모두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바닷물의 밀도 변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서양과는 다르다”라며 “바닷물 밀도가 태평양과 대서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대서양은 북극해와 연결되어 있으나, 태평양은 베링해협 쪽으로 북극해와 사실상 막혀 있다. 국 교수는 “급격한 기후 변화 연구는 내가 지난 10년간 해 보고 싶었던 연구다”라며 “KISTI 슈퍼컴퓨터로 지구시스템 모델을 돌리면서 장기적인 접근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림1.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 경도와 Nino3지역 강수와의 관련성 a) 현재기후, b)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기간 초기 (2005년), c)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기간 (2070년), d)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는 기간 (2210년), e)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로 유지되는 기간 (2350년).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는 기간동안 극한엘니뇨 (빨강)가 급격히 증가한다. ]

[그림2. 극한 엘니뇨 증가에 의한 육지 강수의 변화 (shading) 및 850hPa 바람장 (벡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