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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두 블랙홀이 스쳐 지나갈 때 나오는 링다운 중력파 연구
강궁원 중앙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전공이고, 중력파 연구가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그는 공동연구자인 배영복, 현영환 박사와 함께 지난 6월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을 출판했다. 줄여서 《PRL》이라고 하는 이 학술지는 물리학자가 논문을 가장 게재하고 싶어 하는 저널이다. 강 교수가 발표한 논문 제목에는 ‘블랙홀’ ‘중력파’와 같은 익숙한 단어도 있으나, ‘링다운(ringdown) 중력파’란 말은 낯설다. 지난 10월 16일 중앙대학교로 논문 내용에 관해 묻기 위해 찾아갔다. 블랙홀 시뮬레이션 연구 강궁원 교수는 “블랙홀 시뮬레이션은 연구한 지 한 15년 됐다”면서 “이번에 재밌는 게 나와서 PRL에 게재됐다”고 말했다. 블랙홀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이번 연구는 3년 정도 했다. 강 교수는 “KISTI 슈퍼컴퓨터 자원을 많이 썼다. 내가 한 연구는 손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의연구 과제라고 있는데, KISTI에 (슈퍼컴퓨터 사용을)신청해서 진행했는데 매번 떨어뜨리지 않고 선정해 주셨다. 덕분에 블랙홀 수치 시뮬레이션 하면서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연구를 하다가 블랙홀 두 개가 아주 가까이 가는 경우를 시뮬레이션 했는데, 그전에 보지 못했던 중력파 신호가 나오는 걸 봤다. 이게 뭔가 하는 걸 규명 했다”면서 “새로운 신호도 발견하고, 그게 왜 나오는지를 담은 논문을 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중력파 발견 연구가 실린 《PRL》 블랙홀과 블랙홀이 충돌하면 중력파라는 게 발생한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해도 중력파가 나오고, 중성자별+중성자별 충돌 때도 마찬가지다. 중력파에 대한 첫 연구는 1916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논문에서 볼 수 있다. 이로부터 99년이 지난, 2015년 9월 14일 중력파를 검출했고, 100년이 되는 2016년 2월 11일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이 만든 중력파검출기 LIGO에 중력파 특유의 파형이 잡혔다. 중력파는 극도로 약해서 예민한 검출기를 만들어놓고 이 파형이 우주로부터 날아오는지를 이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100년 만에 아인슈타인 예측이 옳은 걸로 확인됐고, “역시 아인슈타인”이라며 사람들은 다시 감탄했다. 강궁원 교수에 따르면, 중력파가 검출됐다는 소문을 듣고 당시 여러 잘 나가는 학술지 담당자들이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에 찾아왔다. 좋은 연구 내용을 보도하면 해당 저널이 화제가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논문을 서로 유치하고자 했다. 피인용지수(impact factor)가 더 큰 《네이처》나 《사이언스》를 제치고 LIGO 과학자들은 투표를 통해 《PRL》을 선택했다. 천문학 전공 연구자들은 천체물리 분야 학술지《애스트로피지컬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를 통한 발표를 추천하기도 했다. 중력파를 발견한 연구는 결국 노벨물리학상 수상(2017년)으로 이어졌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은 LIGO의 아버지들이 받았다. 라이너 바이스(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명예교수), 베리 배리시(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교수), 킵 손(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교수)다. 강 교수는 “일본도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KAGRA라고 한다. KAGRA실험에서 나온 주요 연구 결과는 일본 저널인 《이론 및 실험 물리학의 진보》(Progress in Theoretical & Experimental Physics) (줄여서 PTEP이라고 한다)에 싣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홀이 병합하지 않고 비껴갈 때도 중력파 만든다 강궁원 교수는 블랙홀 두 개가 접근했다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비껴갈 때 일어나는 일을 연구했다. 그때도 시공간을 뒤흔드는 중력파가 만들어지고 약해서 그렇지 우주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왜 이런 연구를 한 것일까? 배경이 무엇인가? 강 교수는 “수치 상대론(Numerical Relativity)이라는 게 있다. 수치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하는 분야다”면서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을 어떤 중력 현상에 적용시켜서 풀어내는 거다. 그게 굉장히 풀기 어렵다. 그러니 컴퓨터를 사용해서 수치적으로 푼다”고 말했다. 블랙홀-블랙홀 충돌 혹은 블랙홀-중성자별 충돌, 중성자별-중성자별 충돌을 주로 다룬다. 이곳에서 강력한 중력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런 중력파 파원(source)을 잘 이해하는 게 필요하고, 또 일반상대성이론이 잘 맞아 들어가는지 테스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가는 아직도 검증 중인가? 무수히 많은 실험에서 옳은 걸로 이미 확인되었다고 알고 있다. 강 교수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재미있는 미해결 이슈들이 있다”고 말했다. 블랙홀-블랙홀 연구 강궁원 교수는 이번 《PRL》 연구에서 블랙홀 두 개가 근접했다가 그냥 지나가는 경우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연구했다. 강 교수는 “시뮬레이션하기 쉬운 게 블랙홀-블랙홀이다”면서 “블랙홀이 아니라 중성자별은 천체 내부에 있는 물질들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 설명이다. “블랙홀은 아무 물질도 그 안에 없다. 아무 물질도 없기 때문에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바깥으로는 다 진공이다. 시공간이 휘어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블랙홀이 충돌하는 경우 아인슈타인 중력장방정식을 풀기는 그나마 용이하다. 블랙홀-블랙홀 충돌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는 많이 연구되어 왔다. 한국은 수치상대론 연구에서 후발주자다. 그렇기에 연구가 안 된 주제를 찾아야 한다. 블랙홀 병합은 블랙홀 쌍성계의 최후 순간이다. 그러나 따로 따로 돌아 다니던 두 블랙홀이 만나 쌍성, 즉 구속계를 이루는 과정은 근사적 방법으로만 연구되어 있었다.” 비껴 지나가는 블랙홀 두 개 수치상대론 연구의 후발주자이니 남들이 하지 않은 주제를 찾아 강궁원 교수는 10년 정도 연구를 해왔다. 강 교수는 “블랙홀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구속계를 이루는 과정을 규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두 블랙홀이 얼마나 접근하면 두 개가 쌍성을 이루느냐 하는 과정을 수치적으로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서 연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랙홀 쌍성의 최종 병합 과정을 연구했다. 합쳐지기 전부터 중력파를 내기 시작해 합쳐질 때 제일 강한 중력파를 방출하고, 합쳐지면 중력파는 급격히 약해져 소멸한다. 강 교수는 “그런데 우주에는 합쳐지는 블랙홀보다 그냥 비껴 지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접근했을 때 일부만이 포획된다. 비껴 지나가는 블랙홀 두 개가 만드는 중력파는 약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앞으로 중력파 검출기의 감도가 더 올라간다. 3세대 LIGO도 더 예민해지니, 스쳐 지나가는 블랙홀 두 개가 만들어내는 중력파도 관찰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어떤 중력파가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했다. 충돌 변수(충돌 변수)라는 게 있다. 충돌 변수가 작으면 두 블랙홀이 아주 가까이 가는 경우다. 정면 충돌하면 충돌 변수가 0이다. 충돌 변수가 아주 커지면 얘들은 멀리 떨어져 비껴 지나가는 경우다. 너무 커지면 포획이 안 되고 그냥 지나 가버린다. 그러니 쌍성계(구속계)를 만드는 어떤 임계값이 있다. 임계값은 블랙홀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빨리 움직이면 두 개가 가까이 가도 잡히지 않는다. 구속계를 이루지 못한다. 확 지나가 버리니까. 느린 놈은 하지만 근처에 가면 잘 잡힌다. 느린 놈은 잡히지 않으려면 멀리 스쳐 지나가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충돌변수와 속도에 대해 충돌 과정을 살펴 보았다. 이러한 연구 중에 아주 가까이 접근하는 블랙홀의 경우도 살펴 보게 되었다. 가까이 접근하지만 병합하지 않으려면 속도가 빨라야 했다. 이런 두 개의 블랙홀에 대해 수치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속도는 빛 속도의 50%정도로 설정했고, 두 블랙홀의 접근 거리는 블랙홀 직경의 6~8배를 살펴봤다.” 블랙홀 직경이란 사건 지평선 크기를 말한다.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과 외부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면이다. 사건 지평선으로 넘어간 물질과 빛은 강한 중력에 의해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 충돌 때 나오는 중력파 강궁원 교수가 노트북컴퓨터를 꺼내 이번 연구 관련해서 만든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웠다. 첫 번째 슬라이드에는 여러 가지 파형 그림들이 있다. 강 교수가 “이게 2015년 LIGO에서 검출된 중력파다. 위에 있는 파는 지저분한 데 노이즈(잡음)이 끼어서 그렇게 보인다. 바로 아래의 그림은 노이즈를 제거한 중력파 파형이다. 깔끔하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 설명을 계속 옮겨 본다. “슬라이드 그림에서 중력파 파형은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빙빙 돌 때 발생하는 거다. 처음 단계는 선회(inspiral) 단계다. 회전 주기에 맞춰 중력파가 출렁인다. 블랙홀들은 에너지를 외부로 내보내고, 이는 중력파로 나타난다. 둘이 점점 가까워지고, 회전 주기가 짧아진다. 중력파 파형이 조밀해진다. 진폭은 또 점점 커진다. 그러니 병합 단계에서 진폭은 가장 크고, 회전 주기는 가장 빠르다. 합쳐지면 꾸불퉁꾸불퉁하던 블랙홀이 급격하게 안정화된다. 블랙홀 병합 직후 안정화되면서 조용해지는 과정을 ‘링다운(ring down) 단계’라고 부른다. 링다운은 감쇄 진동이다. 종을 땅하고 치면 종이 울리다가 점점 소리가 약해지는데 비유한 용어다. 이 단계에서 방출하는 중력파에는 링다운 신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링다운 신호는 새로 생성된 블랙홀의 고유 진동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비병합성 링다운 신호 두 개 블랙홀이 서로를 비껴갈 때 궤도 운동은 다양하다. 두 블랙홀이 가진 에너지와 각운동량에 따라 달라진다. 강궁원 교수 팀이 상정한 건, 앞에서 말한 대로 ‘충돌 변수’를 아주 작게 하면서도 속도를 크게 해서 비껴지나가게 한 경우다. 쌍곡선 궤도를 두 개의 블랙홀이 그릴 걸로 예상했고, 이들이 그릴 파형은 알려져 있는 파형이었다. 즉, 아래 왼쪽 그림 좌편의 작은 신호와 같은데 우편의 병합신호와 달리 단발성 중력파를 방출할 것이다. 그러나 강 교수 팀이 본 파형은 그게 아니었다. 단발성 중력파에 추가하여 링다운과 유사한 신호가 뒤따르는 것을 본 것이었다. 3년 전 쯤 일이다. KISTI 슈퍼컴퓨터를 주로 하고, 한국천문연구원 클러스터, IBS(기초과학원) 클러스터를 갖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강 교수 팀은 예상하지 못했던 파형을 보고, 추가로 분석에 들어갔다. 왜 이런 파형이 나타났을까를 파고 들었다가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두 개의 블랙홀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출렁이는 블랙홀 사건 지평선 강궁원 교수는 “블랙홀 사건 지평선을 봤더니, 이상한 게 나타났다”면서 “사건지평선이 가만히 있지 않고 변형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 슬라이드를 보니, 사건 지평선이 원에서 타원형으로 계속 변하고 있다. 원이 납작해졌다가 홀쭉해졌다 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강 교수는 조석 현상을 얘기했다. 달의 중력에 의해 썰물과 밀물 현상이 나타난다. 중력이 잡아당기는 쪽으로 물과 육지 모든 걸 잡아당기는 데 가까운 쪽을 더 세게 잡아당긴다. 중력에 의해 찌그러지는 거다. 수치 시뮬레이션에서 두 블랙홀은 질량이 같고, 회전도 하지 않는 것으로 초기 설정했다. 그런데 두 개 블랙홀이 가까이 갈수록 사건 지평선이 변형됐다. 강 교수는 “블랙홀이 조석 변형에 의해 진동이 생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두 블랙홀의 궤도 운동에 기인한 중력파 방출이 있고, 각 블랙홀의 진동에 기인해서 추가로 내는 중력파가 또 있어야 한다. 이런 신호는 강 교수 그룹이 처음 발견한 것인가? 그렇다고 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처음이라서 좋아했다. 그런데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중성자별에 대해서는 이런 연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중성자별에 대해서는 조석 현상에 의한 변형이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 있는 프랜스 프리토리우스(Fans Pretorius) 교수 그룹이 연구, 보고한 바 있다. 물질로 이뤄진 중성자별에서 조석현상이 일어난다는 건 예측할 수 있으나, 블랙홀은 물질이 없기에 단순하지 않았다. 엄밀한 컴퓨터 수치 시뮬례이션이 아니라, 근사 계산을 해서 일반상대성이론 중력장방정식을 풀었을 때는 회전이 없는 블랙홀의 경우 조석 현상으로 인한 변형이 없다고 다른 연구자가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강 교수 팀이 수치 시뮬레이션을 돌리니 블랙홀들이 다른 블랙홀이 잡아당기는 중력으로 인해 꿀렁꿀렁 흔들리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조석 변형이 블랙홀에서도 일어나고 그런 만큼 방출되는 중력파에 링다운 신호가 들어 있다, 이게 이번 논문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조석 현상에 의한 추가적인 중력파 발생 링다운은 블랙홀-블랙홀 충돌에서 하나로 병합할 때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강궁원 교수가 발견한 추가적인 링다운 신호는 또 다른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강궁원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블랙홀 2개가 스쳐 지나가면 질량들을 갖고 있으니 시공간이 변한다. 움직이면서 시공간이 계속 변한다. 이런 시공간의 변화가 그대로 중력파 형태로 되어 밖으로 퍼져나간다. 다시 말하면 이런 시공간의 변형은 무거운 물체가 이런 궤도로 있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가 발견한 건 거기에 추가로 블랙홀이 조석 변형에 의한 진동이 있고, 블랙홀 병합이 없더라도 이게 또 중력파를 만들어낸다는 거다. 조석 변형으로 생기는 중력파 강도는 두 개가 접근하면서 만드는 쌍곡선 궤도에서 나오는 중력파 진폭 크기의 5%쯤 된다. 이걸 배영복 박사님(중앙대학교 연구원, 전 IBS이론물리연구단 연구원), 현영환 박사님(중앙대학교 고에너지물리센터 연구원, 전 천문연구원 연구원) 그리고 나 해서 셋이 3년 정도 연구한 거다.” 연구의 배경 강궁원 교수는 한국은 수치상대론 연구의 후발주자이니, 남들이 하지 않은 틈새를 공략했다고 앞에서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뭘 하고 싶었던 것일까? 프랑스 이론물리학자 티보 다무르(Thibault Damour, IHES 명예 교수)가 1999년에 내놓은 이론(EOB, Effective one-body, 유효 1체 방법론)이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두 개의 블랙홀이 쌍곡선 궤도를 그리며 스쳐 지나가는 경우를, 일종의 근사식을 만들어 중력파 파형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내는 이론이 EOB 해밀토니언 방법이다. 강 교수 그룹은 “EOB 모델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매개변수 값을 주고, 충돌 때 어떤 중력파가 발생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고 말했다. 블랙홀의 질량도 다르고, 회전 값도 다르고, 두 개가 접근하는 거리도 다르다. 충돌하거나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에 따라 중력파 파형이 다 달라진다. 무한 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중력파 파형을 알아내야 하나, 슈퍼 컴퓨터를 써서 정확히 중력파 파형을 알아내려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KISTI슈퍼 컴퓨터를 최소 1주에서 정밀도가 높으면 3주~4주를 돌려야 한다. 그런 만큼 사람들이 생각한 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근사한 식을 만들어 그걸로 중력파 파형을 만들고 빠르게 중력파 분석에 사용하는 거다. 이런 노력 중의 하나가 프랑스 이론물리학자가 내놓은 EOB모델이다. 강 교수는 “최근에는 정밀도를 높이는 더 개선된 근사 계산법이 나왔다. 중력에 대한 고려를 3차 항(3PM, third-order Post-Minkowskian)까지 하는, 3차 항의 정밀도까지 끌어올리는 게 나왔다. 그게 맞는지 확인하고 더 개선하기 위해 갖가지 두 개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비껴지나가는 조합을 다뤄본 거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 그룹은 근사식을 일부 더 개선했다. 그리고 수치 시뮬레이션 해서 자신들이 만든 근사식의 정밀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자 했다. 강 교수 그룹이 개선한 수식을 만들어 본 건 3~4년 전 일이다. 수식의 이름이 있을까? 강 교수는 “이름을 붙일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3차항에다가 ‘포스트 뉴턴의 추가적인 항을 더 붙인 거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뉴턴(Post Newtonian)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굳이 몰라도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경우의 수를 테스트 강궁원 교수 그룹은 20여개의 매개변수 세트 정도에 대해 테스트를 했다.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것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두 블랙홀이 아주 가까이 지나가는 경우도 고려했고 뜻밖의 연구 결과를 얻게 된 것이었다. 강 교수가 연구를 시작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게 연구 도중에 튀어나왔다. 강 교수는 “예상하지 못했던 중력파 파형이 나왔다. 진동하는 링다운 파형이 나와서 파고들기 시작한 거다”라고 말했다. 파고들었던 블랙홀의 조석 변형을 발견한 게 이번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다. 진동하는 링다운 파형이 블랙홀의 조석 변형의 결과라는 건 어떻게 떠올렸을까? 강 교수는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 그러다가 천문학을 한 사람과 토론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천문학 하는 사람이 은하와 은하가 충돌하는 경우에 강한 조석 현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얘기 해줬다. 한 은하 속에 있는 하나의 천체가 빨리 움직이고, 다른 은하의 한 천체와 아주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에 두 전체 사이에 강한 조석 현상이 일어난다. 중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러면 천체의 각운동량이 줄어드는 걸 발견할 수가 있다고 했다, 기존의 회전 운동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일시적으로 회전한다는 거다. 각운동량이 반대로 바뀌는, 즉 플립(flip)되는 현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형목 교수님(서울대학교 천문학과 명예교수, 전 천문연구원 원장)과 톡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연구의 효용성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거나 스쳐 지나갈 때 만들어지는 중력파의 다양한 경우를 물리학자들은 왜 알고 싶어 하는 것인가? 강궁원 교수는 이에 대해 “천문 현상을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런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천체계가 있다는 걸 우리가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비병합성 링다운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걸 하는 사람은 파형 모델링하는 사람들이고, 강 교수 그룹이 새로운 유형의 중력파를 제시했으니, 이걸 검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에 찾아낸 새로운 중력파가 실제 우주에서 얼마나 자주 만들어지느냐, 1년에 한 번 정도는 검출될 거냐와 같은 관측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강 교수는 그 연구를 시작했나? 그는 “아직 못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걸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한다. 우리가 그걸 제시하면 중력파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파형 모델링 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예측한 새로운 중력파에 좀 더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3세대 중력파 검출기의 예민한 감도를 감안하면,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3세대 중력파 검출기가 미국과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력파 검출기인 LIGO 후신으로 ‘코즈믹 익스플로러’(Cosmic Explorer)를 구축하려고 한다. 현재 LIGO는 길이 8km인 검출기가 90도로 꺾여 있는 구조다. 차세대 검출기는 이를 80km길이로 10배 키우려 한다. 유럽의 계획은 ‘아인슈타인 망원경’(Einstein Telescope)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두 개 모두 2035년~2040년 완성을 목표로 한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중력파 감도가 10배 이상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중력파 연구 강궁원 교수에게 한국의 중력파 연구 현황에 대해 물었다. 강 교수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 일단은 중력파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이 부족하고, 그 다음에는 연구에 투입되는 연구비가 부족하다. 실험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좀 나아졌다”면서 “전에는 데이터 분석과 이론 쪽 연구자가 많았다면 지금은 실험하는 연구자가 꽤 늘었다”고 말했다. 실험 그룹으로는 천문연구원 이성호 박사 팀, 성균관 대학교 이경하 교수, 연세대학교 박준규 교수가 있다. 젊은 연구자가 중력파 실험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활발한 중력파 연구에 비해서는 한국이 많이 뒤져 있다. 자체적으로 중력파 실험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없다. 강 교수 말을 들으니 일본의 중력파연구소 KAGRA가 떠올랐다. KAGRA는 진도가 얼마나 나갔나? 강 교수는 지난해 9월 일본 중력파검출기가 있는 KAGRA에 갔다. 중성미자 검출 실험으로 유명한 가미오칸데 인근에 있다고 했다. 토야마 시 근처다. 토야마시에서 차를 타고 30분 들어가면 가미오칸데와 KAGRA가 있다. KAGRA는 지하에 6km길이의 터널을 뚫고 자리잡았다. 직각 구조이고 한쪽이 3km다. 강 교수는 “LIGO에 비해 한쪽 팔이 1km가 짧은 3km이지만 감도를 좋게 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지하 200m 정도에 있다. 지난 2019년 시설이 완공되었고, 2020년부터 관측에 참여했다. 강 교수가 KAGRA에 간 건 그곳에서 세계의 중력파 연구자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LVK collaboration meeting’(LVK협동연구 회의)이라고 한다. LVK는 세계 3대 중력파 검출기인 LIGO, VIRGO, KAGRA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이 모임은 매년 3월과 9월에 열린다. 한국의 중력파 연구자들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만든 바 있고, 이형목 서울대 명예교수가 단장이다. SOGRO라는 초전도현상을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려고도 했다. 하지만 기반 연구가 부족해 접었다. 강 교수도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에 참여했다. 연구자들은 대전에 있는 IBS에 중력파연구단을 만들고 싶어 했다. 두 번이나 제안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기에서 막혀 있는 게 한국 중력파 연구의 현 주소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언론은 “이제는 자연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올 때”라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자연 과학 연구의 현장을 보면 노벨상에 근접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직 찬 바람만 휭하고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림 1. (a) 병합하는 두 블랙홀의 궤도. (b)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력파 파형. 병합 이후 블랙홀은 급격히 안정화되고 진동하면서 감쇄하는 ‘링타운(ring-down)’ 신호가 발생한다.] [그림 2. (a) 두 블랙홀이 스쳐지나갈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단발성 중력파 파형. (b) 강궁원 교수 팀이 발견한 중력파 파형 - 병합하지 않는 궤도임에도 불구하고 근접 조우 시 단발성 신호에 더해 링다운과 유사한 신호가 발생한다. (c) 일종의 조석 현상으로 인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 변형된 모습 - 이로 인해 종전에 보지 못했던 중력파 파형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예측했다.]
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초음속 충격파·난류 경계층 상호 작용 시뮬레이션
이상봉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줌(Zoom)을 통한 온라인 회의 중이었다.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들에 2개 회의 화면을 띄워놓고, 보고 있었다. 지난 9월 6일 카이스트 N7-2동 3층에 있는 이 교수 연구실이다. 그를 찾아간 건 강유주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좋은 논문을 냈기 때문이다. 《피직스 오브 플루이즈》(Physics of Fluids) 1월 12일자에 논문을 보고했고, 논문 제목에는 ‘충격파’ ‘난류 경계층’ ‘난류 증폭’ ‘수치 시뮬레이션’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다.(Direct numerical simulation of turbulence amplification in a strong shock-wave/turbulent boundary layer interaction, ‘강력한 충격파/난류 경계층 상호 작용에서 난류 증폭의 직접 수치 시뮬레이션’)’. 논문은 해당호 논문 중에서 ‘편집자가 주목하는 논문‘(editor’s pick)으로 선정됐다. 동행한 권오경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은 이 교수에게 “이번 연구는 KISTI의 혁신 지원을 통해 수행했고, 논문이 좋은 저널에 실렸다. KISTI의 슈퍼컴퓨팅 자원을 이용한 교수님의 연구 성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오늘 찾아왔다”고 말했다. 논문 제목에 들어있는 단어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항공우주 공학 분야 문외한도 들어본 단어들이다. ‘충격파’ ‘난류’ ‘시뮬레이션’…. 하지만 ‘충격파/난류 경계층 유동’은 낯설고, 둘 간의 상호작용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초음속 비행체 관련 내용“ 이상봉 교수는 ”이번 논문은 유체물리학 분야 연구이고, 적용 분야는 모든 초음속 비행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론 연구이기 때문에 내용이 난해하여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항공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파는 제트기가 초음속 비행을 할 때 발생한다. 하지만 충격파가 생길 때 유동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충격파의 불안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충격파 거동이 움직이지 않고 고정이 되어 있으면 좋다. 하지만 충격파가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충격파가 엔진 흡입구에서 저주파로 흔들리다가 전방으로 밀려 나가면서 소실되는 경우가 있다. 불안정성이 증폭되면 충격파의 거동은 커진다. 충격파가 엔진 흡입구에서 소실되면 유입되는 공기의 일차 압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엔진 비시동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불안정한 유동이 극초음속 비행체 엔진 속에서 증폭되면 엔진이 꺼질 수 있으며, 비행체가 추락할 수밖에 없고, 이런 불안정한 유동은 초음속 비행체의 안정적인 비행에 가장 큰 문제점이다”라고 말했다. 충격파 라인 초음속으로 비행 시 비행체 표면에 각이 형성된 램프가 존재할 경우 ‘주충격파 라인’이 생성된다고 이상봉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주충격파 위치가 고정되면 좋은 데 고정되지 않는다”면서 “고정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가설은 있으나 통계적으로 혹은 이론으로 증명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충격파 위치의 불안정성은 유동 박리(flow separation) 현상과 관련 있는 걸로 추정한다. 유동 박리 현상은 물체 표면을 따라 흐르는 유체(기체, 액체)가 주흐름 방향을 이탈하여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조건에서는 유체가 더 이상 물체 표면을 따르지 못하고 강한 역압력 구배로 인해 표면으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유동 박리 현상이 발생하면 물체 주변의 유동 패턴이 크게 변화해 비행체의 안정적인 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유입되는 난류와 충격파의 상호작용 때문에 주충격파의 저주파 거동이 유발되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난제로 남아 있다”면서 “그걸 규명하는 노력 중 하나다. 난류 강도가 어디에서 가장 강한지, 그 영역들을 구분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동 박리가 일어나는 지점에서는 난류 강도가 높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 충격파의 불안정한 거동은 비행체 엔진을 정지시킬 수 있고, 비행체 표면의 열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 또 상승한 열과 마찰에 의해 삭마(削磨, ablation) 현상이 일어나고 비행 불안정성도 유발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엔진 흡입구의 불안, 즉 시동이 꺼지는 문제 때문에 충격파의 불안정한 거동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는 마하 5 정도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완료했고, 그보다 빠른 기동성과 항속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하려고 한다. 이토록 빠른 미사일을 설계하려면 유체물리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 이 교수는 “초음속 혹은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과 운항을 위해서도 충격파와 난류의 상호작용에 대한 해석 관련 이해도는 현재 수준보다 현저히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격파의 불안정한 거동을 해결하는 비효율적인 방법 이상봉 교수는 “충격파의 불안정한 거동은 엔진 성능을 저하시키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충격파와 경계층 유동과 상호작용하는 유동박리층을 (구멍이 많은) 다공성 표면으로 처리하면 유동 박리를 흡입할 수 있어 충격파 거동이 많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엔진으로 들어가야 할 공기의 10% 정도가 다공성 벽면을 통해 바깥으로 유실된다. 이런 작업을 ‘블리딩’(bleeding)이라고 한다. 피를 흘린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피 같은 공기가 낭비되는 거다. 이로 인해 연비가 떨어지고 항속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리딩으로는 마하3 정도의 초음속 비행체의 경우 불안정한 거동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마하 6, 7, 그리고 10으로 상승하면, 예컨대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 속도의 2배로 성능을 내려면 충격파 안정성이 더욱 확립되어야 한다. 스크램제트(scramjet) 그는 연구실 벽면의 모니터에 슬라이드를 한 장 띄워 보여줬다. ‘스크램제트’(scramjet)라는 낯선 엔진 개념이다. 스크램제트는 극초음속 비행체가 사용하는 추진 시스템 중 하나다. 극초음속 상태에서 충격파를 통해 공기를 압축하고 압축시킨 공기를 연소실에 집어넣어 연소시킨다. 이 교수는 “스크램제트 엔진에서는 공기 흡입구 설계가 훨씬 더 중요한데 이러한 스크램제트 기반 추진체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제트 전투기는 빨라야 마하 2.3으로 날아간다. SR71처럼 마하 3의 비행 속도까지 올리는 게 극단의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 현재 전투기의 속도다. 스크램제트는 새로운 개념이다. 스크램제트 안에는 공기 압축을 위해 회전하는 부품이 없다. 모든 공기 압축은 다단계로 만들어지는 충격파를 연속적으로 이용한다. 유동은 인위적으로 만든 충격파를 지나갈 때마다 계속 압축된다. 다단계 압축을 통해 공기를 최대한 높은 압력과 밀도로 만든다. 그렇게 고밀도 고압력이 된 공기에 연료를 주입하고 점화시켜 높은 출력을 내는 것이 스크램제트다.” 현재 엔진은 공기를 회전시켜 압축한다. 이 방식에 한계가 있다. 전투기 제트엔진의 회전속도는 1만5천 RPM이 최대치다. 그 이상 회전시키면 베어링이 조기에 마모되어 엔진을 사용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20만 RPM까지도 올리는 소규모 터보 기계도 존재하나, 이를 항공기에 사용하기는 출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스크램제트와 같은 새로운 추진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스크램제트는 마하 5~7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엔진에 공기를 압축시키는 방법으로 충격파를 활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엔진 앞부분에 공기가 들어오는 흡입구의 표면을 순차적인 각진 램프 배열로 충격파들을 생성한다. 세 번, 네 번 꺾어주면 충격파가 계속 연속적으로 생성되고 공기는 더욱 압축된다. 다단계로 생성된 충격파의 안정성을 제어하기 위해서 충격파와 난류경계층 유동의 상호작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 교수는 “지금 기술은 마하 5까지만 올린 것으로 보고 있고, 성공률 또한 높지 않다. 향후 과제는 마하 7 혹은 그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난류 강도 증폭 지점 이상봉 교수와 박사과정학생인 강유주 씨가 이번 연구를 시작할 때 갖고 있었던 공학적인 질문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문헌에 따르면 난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지점이 있다. 핫스팟(hot spot)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난류가 급상승하고 꼭지점을 찍는 곳이 ‘TKE 핫스팟’이다. TKE는 난류운동에너지(Turbulent Kinetic Energy)를 가리킨다. 이 교수는 “첫 번째 핫스팟 생성에 대한 원인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두 번째 난류 핫스팟 발견과 생성 메커니즘을 설명하기에는 기존 연구가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강유주 학생은 연구 결과, 두 번째 핫스팟의 강도는 첫 번째 핫스팟 강도보다는 약하지만, shocklet 응집이 두 번째 핫스팟 생성에 기여도가 큰 것으로 결론지었다.(*shocklet은 ‘미세 충격파‘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충격파가 유체 내에서 발생하는 강한 압력 변화의 면을 의미한다면, shocklet은 충격파의 생성원리는 동일하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강도이고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초음속 난류장에서 shocklet 존재는 공학자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것이 두 번째 핫스팟과 연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자는 없었다. 이 교수는 “그 이유는 여태까지 우리가 수행한 연구처럼 해상도가 높은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물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KISTI 슈퍼컴퓨팅이라는 풍족한 계산 자원 지원이 있었기에 매우 해상도가 높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었고, 따라서 두 번째 핫스팟이 있는 부근에 shocklet 응집 현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계에서는 shocklet이 생기기 때문에 난류 강도가 급상승하는 두 번째 핫스팟이 생긴다는 우리의 발견을 매우 흥미롭게 봤다. 새로운 관점이라고 봤고, 그래서 《피직스 오브 플루이즈》(Physics of Fluids) 저널 에디터가 우리 논문을 ‘에디터 픽‘으로 선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핫스팟 난류 강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두 번째 핫스팟 존재는 다른 연구자가 제안했다. 2020년에 지앙 팡(Jian Fang)이라는 연구자(영국 STFC 데이스베리 연구소)가 《저널 오브 플루이드 메카닉스》(Journal of Fluid Mechanics)에 낸 논문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 이상봉 교수와 강유주 학생은 두 번째 핫스팟이 존재한다는 논문 내용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두 번째 핫스팟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그 논문의 설명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생성 원리를 해석한 그림이 완성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지앙 팡이 제안한 이론은 켈빈-헬름홀츠(Kelvin-Helmholtz) 불안정성과 유동 감속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그 출발점은 자유전단층(free-shear layer)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자유전단층은 다른 속도의 두 개 유동이 만날 때 얇은 난류 혼합층이 생성되는 경계 영역을 가리킨다. 이 교수와 강유주 학생은 자유전단층 때문인지 연구를 해보기로 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와류 강도’(vorticity)다. 와류 강도는 유체 내에서 발생하는 회전 정도를 가리키는 물리량이다. 이 교수는 “확인 결과, 와류 강도가 첫 번째 TKE 핫스팟 위치에서보다 현저히 낮았다. 결국 자유전단층으로 인해 두 번째 핫스팟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면서 “아니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 이걸 몇 개월 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훨씬 더 높은 정확도를 지닌 성능 좋은 코드를 작성하고, 대규모의 KISTI 슈퍼컴퓨팅 자원을 지원받아 계산할 수 있었기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KISTI가 없었으면 이번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KISTI가 슈퍼컴퓨터 6호기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보다 많은 거대계산자원을 확보하면 우리는 충격파와 난류 상호작용의 물리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고, 종국적으로 주된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70년 된 난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0년 된 난제라니? 언제부터 시작하면 70년인가? 인류가 초음속 비행기를 만든 것이 20세기 중반이고, 이때부터 초음속 유동이 만드는 충격파와 난류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뜨거운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이 교수는 “충격파와 난류경계층 유동 및 유동박리 현상은 단순한 모델로 설명이 불가한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이 연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핫스팟 원인 찾기 이상봉 교수는 《피직스 오브 플루이즈》(Physics of Fluids) 논문의 교신저자이고, 제1저자는 박사과정 학생 강유주 씨다. 두 번째 TKE 핫스팟이 생기는 원인이 자유전단층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shocklet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 건 2020년 12월쯤이라고 이 교수는 기억했다. 이 교수는 “연말 학회도 다 끝나고 차분히 앉아서 강유주 학생과 함께 데이터를 계속 설펴보고 여러 가지 가설들을 세워봤다. 그러다가 shocklet이 응집되는 현상을 포착했고 이를 더 확인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데이터를 더 추가 확보하기 위해 KISTI 슈퍼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여 ‘shocklet 가설’ 확인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계속했다. 이 교수는 “풍족한 전산자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고, 우리는 KISTI에 전산자원 활용을 위한 제안서를 계속 제출하였다. 몇 번 선정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일부 제안서 건은 선정되어 시뮬레이션을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된 시기는 2019년 12월이고 이듬 해부터 KISTI 전산자원을 신청, 사용해 왔다. shocklet? hocklet, shocklet하는 데, 잘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이상봉 교수가 시뮬레이션을 돌려 얻은 동영상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 그룹이 얻은 데이터는 강유주 학생이 생성하였고, 이런 영상을 슐리렌(schlieren) 영상이라고 한다. 슐리렌 영상은 독일 물리학자 아우구스트 토에플러(August Toepler)가 1859-1864년에 개발했고, 유체 내부의 밀도 변화를 시각화한다. 이 교수는 “난류경계층 표면에 있는 복잡한 굴곡에 의해 미세한 강도의 충격파가 생성되는데 이를 shocklet이라고 한다”고 다시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유동장 내에 ‘coherent structure’라는 난류 구조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구조들 사이로 흰색의 짧은 실타래가 바람에 날리듯한 모양으로 보인다. 기존 충격파보다 우선 압축 강도가 매우 미약하다. 이 교수는 “미세하니 유동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수치적 정확도 높은 해석 도구를 사용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영상을 계속 보면, 미세충격파가 통계적으로는 한 위치로 고정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세충격파가 한 국부 지점에 응집했다. 그 응집되는 위치에서 유동감속이 두 번째 핫스팟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것이 이번 논문의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더 많은 전산자원 필요하다” 그는 “이번 연구도 비교적 거대한 계산이였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KISTI 전산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을 위해 사용한 격자(lattice)수가 3억8000개였다. 조금 더 정밀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사용한 격자보다 대략 8배, 즉 30억 개의 격자가 필요할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 이 교수는 ”8배라고 하면 상당히 큰 비약이라고 보이겠지만 전산유체역학 분야에서는 절대 큰 수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해상도는 X, Y, Z축 방향으로 2배씩 늘리면 3차원이니 8배가 된다는 것. 이 교수는 ”30억 개 격자 계산이라면 충격파/난류 경계면 상호작용 분야에서는 현재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 계산이 될 것이고, 이를 KISTI 슈퍼컴퓨팅 센터가 현실화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때는 우리팀이 충격파와 난류경계층유동 간섭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 이상봉 교수는 난류 이론과 그 응용 연구를 한다. 초음속 난류유동, 대기경계층유동이라는 두 가지 전산유체역학 이론을 연구하며, 이를 통해 개발한 해석툴로 ▲도심 항공교통(UAM) 응용을 위한 도심 경계층 유동 ▲풍력에너지 ▲발사체 ▲헬리콥터 공력 시뮬레이션이라는 응용 연구를 하고 있다. 난류 분야에서 성배는 무엇인가?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질문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난류를 직접적으로 모사하기에 현재 기술로는 전산적인 한계가 있다. 양자 컴퓨팅이 보편화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난류유동의 거시적/미시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난류 모델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지만 모델이기에 범용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한계를 뛰어넘거나 사례 별로 미세하기 잘게 나눠서 특정 환경에 가장 적합한 난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계속 생성하면서 새로이 발견되는 지식이 계속 쌓이면 새로운 난류 이론과 이에 기반하여 향상된 모델들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는 KISTI와 함께 비압축성 난류 유동솔버의 멀티-GPU 병렬화 및 활용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6호기 응용 SW 준비를 위해 긴밀한 협조하에 거대 컴퓨팅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림 1. 난류성분의 증폭율을 흐름방향으로 분석한 이미지.] [그림 2. Buffer layer에서의 흐름방향 속도장 및 충격파의 간섭현상]
뉴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거대 언어모델 기반 MOF 연구
김지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024년 5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챗MOF’(chat MOF)이고, 부제는 ‘거대언어모델을 사용해서, MOF를 예측하고 생성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거대언어모델은 인공지능 혁명을 불러온 미국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GPT가 대표적이고, MOF는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를 말한다. 논문 제목 ‘챗MOF’는 최신 인공지능 연구와 화학이 만났음을 가리킨다. 김지한 교수를 만나러 가면서 화학자도 연구를 위해 챗GPT를 사용하는구나, 그리고 그걸로 화학자가 원하는 새로운 MOF를 찾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카이스트 W1-3건물 1층에서 김지한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를 따라 랩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방에 20명 가까운 대학원생이 각자 자리에 앉아 연구하고 있었다. 큰 랩이라고 생각했다. 랩 한쪽 방에 들어갔고, 김 교수를 마주하고 앉았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의 제1 저자인 강영훈 박사과정학생(4년차)도 같이 했다. MOF는 무엇인가?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다루는 소재는 MOF이고, MOF는 metal organic framework의 줄임말이라고 말했다. ‘금속 유기 골격체’라고 흔히 번역한다. 김 교수는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ligand)가 결합하면 3차원에서 결정성을 띄는 물질이 형성된다”면서 “어떤 금속을 쓰느냐, 어떤 유기 리간드를 쓰냐에 따라 MOF 성능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MOF는 김 교수의 전체 연구에서 70~80%를 차지한다. MOF는 표면 면적이 넓어, 화학산업에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같은 기체 흡착을 위한 촉매로 쓸 수 있고, 배터리에서도 사용된다. 지금까지 합성된 MOF는 수십만 종류다. 엄청 많다. 그는 또 “금속이온과 유기 리간드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쉽게 합성이 되는데, 숫자가 많다 보니 이중에서 어떤 물질이 연구자가 원하는 최적의 성질을 가진 물질인지를 선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챗GPT 챗GPT는 2022년 11월 미국 업체 오픈AI가 내놨다. 챗GPT가 나오자 김지한 교수는 이를 MOF를 스크리닝할 수 있고, 물질 특성을 알아내는 데 사용할 수 있나 하는 게 궁금했다. 시험을 해봤으나 결과가 잘 안 나왔다. 챗 GPT는 거대언어모델 방식을 사용하며, 거대언어모델은 MOF 특성을 알아내는 일에 특화된 게 아니기에 잘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교수는 “MOF에 대한 전문지식을 챗GPT가 어느 정도는 갖고 있지만 많지는 않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한 일은 언어모델을 조금 바꿔서, 나름대로 훈련을 해서 MOF에 대한 지식을 많이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챗GPT가 MOF에 대해 잘 알고 우리가 원하는 특성을 갖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내뱉을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만든 챗MOF가 있으면 사용자들이 쉽게 MOF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를 만들 때는 훈련을 위한 좋은 빅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는 많이 들어왔다. 김지한 교수 팀도 MOF 관련 빅데이터를 갖고 훈련시켜 챗GPT를 만들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계학습 모델에서는 보통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한 작업은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모델에 주기보다는, 언어모델이 MOF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얻어야 하고, 또 뭘 써야할지를 모르고 있기에,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이런 식으로 해봐라, 저런 질문이 들어 올 때는 저런 식으로 해봐라 하는 걸 가르쳐줬다. 이렇게 해서 챗MOF를 만들었다. 이제 MOF 관련 어떤 질문이 와도, 어떤 툴을 써야하고, 뭘 봐야 하는지를 인공지능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질문에 잘 답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튜닝을 우리가 한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기 김지한 교수 설명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말해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김 교수는 “어떤 MOF 이름을 우리가 주고, 이 MOF의 표면적이 얼마냐고 우리가 물어본다고 하자”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표면적을 알아내려면 이론화학자는 코드를 돌려야 하고, 시뮬레이션을 알아야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손쉽게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챗MOF 연구가 의미가 있다. GPT는 사용자가 특정 MOF 표면적이 얼마냐고 물어오면, 이걸 알기 위해 어떤 방식을 써야할지, 어떤 방법을 통해 표면적을 구할지를 혼자서 추론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에 찾고자 하는 게 있는지를 찾아보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라’라고 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찾는데 필요한 코드를 챗GPT가 작성한다. 또 그 코드를 실행시켜서 그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정 MOF의 표면적이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그 MOF의 표면적이 얼마라고 답을 제공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 분야에서 MOF 연구자가 챗GPT에 할 수 있는 질문을 갖고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질문이 나오면 챗GPT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추론해야 하는지, 하는 뼈대를 우리가 준다. 그러면 훨씬 쉽게 결과를 알아낼 수가 있다. 어떤 MOF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면 그 정보가 일단 특정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것인지를 찾아봐라고 한다. 거기 없으면 인터넷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에도 없으면 계산을 하라, 라고 찾는 차례와 관련해서 뼈대를 만들어줬다.” 이번 연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라 하는 게 들어갔다는 말인가? 그 데이터베이스란 무엇인가? 논문 제1저자인 강영훈 박사과정 학생이 ‘코어(Core)MOF’라는 공개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했다. 부산대학교 정용철 교수(응용화학공학부)가 여러 나라 연구자와 함께 만들어 공개해놓은 MOF 데이터베이스다. MOF 1만4000개 구조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 Core MOF 2019는 온라인 데이터 공유 웹사이트 제노도(zenodo)에 자료가 올라가 있다. 링크는 https://zenodo.org/record/3677685#.YCtFLGgzb-g. 김용철 부산대 교수가 교신저자인 관련 논문은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케미컬 & 엔지니어링 데이터》(Journal of Chemical & Engineering Data)에 2019년에 출판된 바 있다. 강영훈 학생은 “실험가들이 만든 데이터베이스이고, MOF 계산하는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만든 기계학습 모델 또 다양한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했다. 김지한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은 ‘MOF트랜스포머’다. MOF데이터베이스는 엑셀 파일 형태로 되어 있다. 엑셀 자료 안에 원하는 물성을 가진 MOF가 없으면 챗GPT 사용자 주문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제 계산을 해서 찾아내야 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정보가 없으니, 언어모델이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서 계산을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MOF의 이산화탄소 흡착량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게 엑셀 자료에 없다고 하자. 그러면 김 교수 팀이 만든 챗MOF는 직접 계산을 해서 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김 교수가 “계산을 할 경우에는 머신러닝 모델이 계산화학 시뮬레이션보다 빠르긴 하다”라며 “그래서 머신러닝 모델을 돌려서 정보를 얻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머신러닝 모델, 즉 트랜스포머를 개발할 때 GPU를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 김 교수는 “KISTI 도움을 많이 받아서 MOF트랜스포머‘를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KISTI 슈퍼컴으로 계산해서 MOF 머신러닝 모델 개발 김지한 교수는 “굉장히 많은 양의 계산을 해야 했다”면서 “MOF트랜스포머를 개발한 연구는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실렸다”라고 말했다. 2023년에 게재됐고, 논문 제1저자는 강영훈 박사과정 학생이다.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는 영국에서 나오는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MOF 머신러닝 모델을 만든다고 하면 하나의 특성을 알아내는 것에 특화된 것만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이산화탄소 흡착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이산화탄소 흡착에 특화된 머신러닝을 사람들이 개발했다. 또 수소 저장이면 또 그것만 잘하는 MOF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었다. 우리는 유니버설 모델을 만들었다. MOF의 어떤 특성이라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MOF트랜스포머는 하나의 특성을 예측하는 특수모델보다 해당 특성을 예측하는 능력도 좋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큰 모델이 있으면 여러 특수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 모델을 훈련시키고 구현하는 데 컴퓨터 계산 자원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KISTI도움을 많이 받았다.” 복잡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불필요 챗MOF는 MOF 연구자에게 유용하다. MOF에 대한 특성을 알아내거나 자신의 필요에 맞는 MOF를 찾을 경우에 비교적 초보자라면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할지 모른다. 데이터베이스에 관련 정보가 없을 수도 있다. 챗GPT의 최신 버전인 4.0모델에서도 얻지 못할 수 있다. 김지한 교수는 “챗GPT4.0에서 구할 수 없는 답들을 다 얻을 수 있게 우리가 챗MOF 프로그램을 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챗MOF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나? MOF분야에서 다른 사람은 만들어낸 게 없나? 김 교수는 “그렇다. 없었다”라며 “요즘 쏟아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화학공학 분야에 챗MOF와 같은 인공지능 모델로 다른 건 무엇이 있나? ChemCrow라는 논문이 김 교수 논문과 가장 유사할 것 같다고 했다. ChemCrow논문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2024년 5월에 출판됐다. ChemCrow는 유기 분자에 대해, 김지한 교수 팀이 MOF를 갖고 한 작업을 했다. GPT에 그냥 묻는 것보다 가이드라인을 주면 유기 분자 분야에서 훨씬 더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게 했다.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는 2019년 1월에 첫 호를 발행했고, 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공학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MOF분야의 대가 오마르 야기(Omar Yaghi) 교수가 있다. 김지한 교수는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분”이라며 “이분이 언어모델에 관심이 있어 그걸 갖고 MOF 합성조건을 추출하고, 또 어떤 합성 조건이 어떤 MOF합성에 적합한지를 알려주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야기 교수는 개발한 코드를 공개하지 않은 걸로 김지한 교수는 기억한다. 더 큰 모델이 나오면… 김지한 교수는 “오픈AI나 구글에서 갈수록 더 큰 모델이 나오고 있다. 성능이 더 좋다. 그렇게 되면 특정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개발한 특수한 모델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 더 큰 모델이 성능이 너무 좋으면 그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기에 지금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는 잘 모르는 시기다”라며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연구의 시작은? 김지한 교수 팀은 언제부터 챗MOF연구를 시작했나? 2022년에 챗GPT가 나왔고, 김 교수가 대학원 학생들과 관련 연구를 해보자고 한 건 그 직후다. 강영훈 대학원생은 “의논은 2023년 1월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쓴 논문이 좀 늦게 나오기는 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가 논문 심사 프로세스가 좀 느리다”라고 말했다. 눈문 수정(revision) 과정이 10개월이나 걸렸다. 김지한 교수는 챗GPT가 나오자 세 개의 연구 주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 소재, MOF, MOF 관련 논문 데이터 수집하기다. 김 교수는 “일반 소재, 그중에서도 무기 소재에 대한 모델 만들기 연구를, 챗MOF 만들기와 나란히 진행했다. 유기는 곧바로 누군가가 내놨기 때문에, 우리는 무기 소재를 했다”라고 말했다. 또 MOF 관련 논문이 많이 나와 있는 만큼, 논문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자고 했다.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면 머신 러닝 모델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예전에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오류가 많았다. 연구자들이 코드를 개발해서 수집해 봤으나 잘 못했고, 챗GPT에게 시키니 잘 했다. 세 가지 주제 중 무기 쪽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MOF논문 데이터 수집하기는 연구가 잘 진행됐고, 최상위 화학학술지에 논문을 보냈다. 수정 작업 중이다. MOF논문 데이터 수집하는 연구는 세 사람이 진행했는데, 강영훈 박사과정학생이 주도했다. 강영훈 대학원생은 김지한 교수 지도를 받아 좋은 저널에 몇 편을 출판하는데 성공했다. 그에게 전공분야를 물었다. 그는 “MOF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곧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 심사’(defence)를 앞두고 있고, 캐나다 토론토로 박사후과정 연구를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챗MOF에 앞선 논문 오토GPT라는 코드가 있고, 코드는 Github(깃허브)에 올라왔다. 깃허브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와 팀이 코드를 저장, 관리,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이다. 미국 사이트다. 누군가가 이곳에 오토GPT 프로그램을 올렸다. 강영훈 대학원생은 “저널에 논문으로 출판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라며 “오토GPT가 챗MOF의 전신 논문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GPT에게 우리가 질문하면 GPT는 바로 안에 있는 지식만을 이용해서 답변을 한다. 오토GPT는 어떤 다양한 도구들을 써서 정보를 얻어서 그걸 바탕으로 대답을 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서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를 화씨로 알려달라, 는 질문이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샌프란시스코 날씨를 검색하고, 그 정보를 가지고 계산기를 이용해서 섭씨 온도를 화씨 온도로 바꾼다. 이후 사용자에게 대답을 준다. 이런 식의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고 그 도구들을 바탕으로 답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오토GPT다. 그렇게 하니 기존의 GPT를 단순하게 사용할 때보다 더 정확하고 완벽한 답을 사용자에 줄 수 있었다. GPT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깃허브에서는 올라온 내용이 방문자 마음에 들면 ‘스타’를 누를 수 있다. 오토GPT는 가장 빠르게 좋아요, 즉 스타를 많이 받은 코드로 알려져 있다. 강영훈 대학원생은 깃허브에 오토GPT를 올린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챗MOF도 그런 모델을 보고, MOF분야에서는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모델 개발을 위해 우리가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챗MOF 연구의 단계 뭔가를 알고자 할 때 하는 첫 번째 작업은 기존 자료 찾기다. 기존 자료가 없으면 뭘 해야 하나를 생각해야 한다. 이 절차를 MOF모델에게 가르쳐 주는 거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고, 결국 이전에는 못 풀던 문제들을 챗MOF가 풀 수 있게 되었다. 작업은 세 개 단계로 수행된다. 첫 번째는 DB검색이고, 그 다음은 물성 예측, 그 다음은 역설계를 통해 원하는 물성을 만들어보기다. 강영훈 대학원생이 “챗MOF는 사람의 뇌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사람의 뇌처럼 어떤 걸 해야 될지 판단을 내리는 기기다”라고 말했다. 검색하는 도구, 물성 예측하는 머신 러닝 도구, 그리고 역설계하는 도구를 차례로 동원한다. 강영훈 씨는 “그 외에 좀 다양한 도구들을 우리가 갖고 있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챗MOF가 이 도구를 사용 해야겠다 하는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도구를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세 가지 도구 이름은 무엇인가? ‘테이블 서치’(Table search), 머신 러닝 사용한 도구인 ‘프리딕터’(Predictor), 그리고 ‘제너레이터’(Generator)다. 김지한 교수에게 다시 물었다. 이 세가지 도구가 김 교수 팀이 개발한 도구인지, 아니면 기존에 나와 있는 도구인지? 김 교수팀이 개발한 도구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도구를 가져와서 쓰기도 하지만 우리 기술의 핵심이 되는 세 가지는 우리가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연구 김지한 교수는 챗MOF연구는 안했던 분야라서 개발에 어려움이 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김 교수에게 다른 연구분야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계산 화학 연구를 해서 양자역학기법이나 고전역학 기법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려 물성 예측한다. 어떤 물질이 내가 원하는 최적의 물질인지를 선별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계산 화학으로 물성을 예측하는 게 김 교수의 전문 분야이니, 계산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거나 하면 왜 오류가 났는지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GPT가 이상한 경로로 가서 답을 잘 못 얻는다면 김 교수도 모른다. 김 교수는 GPT의 이런 이상한 행동을 영어로 ‘hallucination’(환각)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했다. 김 교수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왜 GPT가 그렇게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언어모델이 워낙 복잡해서 언제 hallucination이 있고 없는지를 알기 힘들다. 오답을 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서 물질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 중에서도 다공성 물질 예측을 많이 하고 있다. MOF, 제올라이트(zeolite),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 공유결합성 유기 골격 구조체) 예측 연구를 한다. 복합 다공성 소재 연구 김지한 교수는 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복합 다공성 소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해서 발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가 이론으로 소재를 예측하고, 실험화학자가 실험으로 합성까지 해낸 연구다. 또 2020년에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학술지에 인공지능으로 다공성 물질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연구를 출판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이 다른 물질은 이전까지 생성했으나, 다공성 물질은 우리 연구 이전에 생성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다공성 물질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냈다. 이때 다공성 물질이 제올라이트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 김지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학부 공부를 했고, 석사와 박사과정은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에서 했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박사후연구를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계산과학과 화학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했다. 지도 교수는 베런드 스미스(Berend Smit, 현재는 스위스 로젠의 EPFL에서 연구)였다. 김 교수는 “내가 GPU와 같은 것에 관심이 그때는 있었다. 포닥할 때 GPU가 과학적인 컴퓨터에 여기저기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GPU를 사용해서 물질을 스크리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챗MOF를 데모사이트(Streamlit)에 올려놨다. 이용자가 꽤 있다. 김지한 교수를 찾은 날까지 760명 정도가 사용했다고 했다. [그림 1.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한 금속-유기 골격체의 예측 및 역설계 챗봇 시스템 예시. 사용자가 MOF의 속성에 대해 텍스트 질문을 하면 ChatMOF에서 적절한 답변을 제공함. 사용자가 새로운 MOF를 생성하고자 하는 경우, ChatMOF는 조건을 만족하는 새로운 MOF를 생성할 수 있음.] [그림 2.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한 금속-유기 골격체의 예측 및 역설계 챗봇 시스템 개요. ChatMOF는 에이전트, 도구, 평가자의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 에이전트는 사용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계획을 수립하고 적합한 도구를 선택함. 그 후 도구는 제안된 계획에 따라 출력을 생성하고 평가자는 이 결과를 최종 응답으로 만듦.]
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 개발
김도환 전북대학교 교수(과학교육학부 화학교육전공)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써서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를 개발했다. 물에서 수소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고, 그 결과를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2024년 4월 발표했다. 전북대학교가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김 교수는 “조속한 시일 내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실제 산업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연구 성과가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연구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자신이 개발한 그린수소 촉매가 우수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가 개발한 촉매 이름을 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가 가득하다. ‘def-Ru-NiFe LDH/NiCo₂O₄’이다. 이걸 이해하는 게 김 교수를 찾아가는 목적이다. 2024년 12월 13일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관 2층의 연구실로 김도환 교수를 찾아, 그린수소의 실용화를 앞당길 걸로 기대하는 촉매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물었다. 수소의 여러 색깔 지구 표면과 대기에는 수소가 원자나 분자 형태로 단독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다른 물질과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물이 대표적인 경우다. 물은 수소 분자(H₂)와 산소 분자(O₂)가 결합한 구조다. 물에서 수소를 얻어내려면 물을 분해해야 한다. 물을 분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에너지 장벽을 낮추는 게 촉매다. 수소 경제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수소 경제는 수소를 에너지 삼아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예컨대 현대 자동차가 만든 수소 자동차 넥쏘가 지난 2018년부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수소 연료를 어디에서 조달하느냐다. 김 교수는 “수소는 색깔이 없는 물질이나, 생산 방식에 따라 수소에 회색(그레이), 청색(블루), 녹색(그린)이라는 색깔을 부여해서 구별한다”라고 말했다. 김도환 교수는 2022년에 대한화학회가 주는 입재물리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수상 강연 때 사용했던 슬라이드를 토대로 세 가지 수소에 대해 설명해줬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하는 수소는 그레이수소라고 한다. 그 이유는 생산 단가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생수소로 얻거나 천연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를 수증기와 반응해서 얻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CO₂)가 나온다는 점이다. 수소 1 t을 얻으려면 이산화탄소가 10 t이 나온다. 수소경제로 옮겨가려는 주요 이유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탄소 중립을 이루자는 것인데, 수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문제가 발생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같으나,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해서 저장한다. 그레이수소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나 이산화탄소 포집과정이 필요하기에, 수소 생산 단가가 굉장히 올라간다. 그에 비해 그린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가장 친환경적이다. 김도환 교수 교수는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은 그린수소인데, 아쉽게도 그린수소는 다른 수소 생산 방식에 비해 생산 단가가 비싸다. 질 좋은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를 낮추어 한국의 수소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나의 목표다”라고 김도환 교수는 말했다. 귀금속을 대신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 김도환 교수는 “물에 음극판과 양극판을 넣고 전압을 걸어주면 물분해 반응이 일어난다. 음극에서 수소가 발생하고, 양극에서는 산소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반응이 일어나기 위한 최소 전압 크기는 1.23V라고 알려져 있다. 두 전극 사이의 전압 차이가 1.23V이면 반응이 일어나며, 이걸 ‘셀전압’(cell voltage)이라고 한다. 셀전압이 1.23V에 가까울수록 더 좋은 촉매다. 더 적은 전기에너지를 투입해도 물분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촉매를 연구하는 화학자들은 더 낮은 셀전압에서도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 기존의 상용 촉매에는 백금, 이리듐, 루테늄, 로듐과 같은 비싼 귀금속을 사용한다. 김 교수 그룹이 개발한 촉매는 셀전압이 1.58V로 상용 촉매의 1.61V보다 더 우수하며, 귀금속인 루테늄 함량을 0.3%까지 낮춰 경제성을 높였다. 김 교수는 “귀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전이금속, 즉 원소주기율표에서 4주기, 5주기 금속 원소들을 조합한 새로운 촉매를 찾고 있다. 크롬, 철, 니겔, 몰리브덴, 텅스텐과 같은 금속 기반 물질이 그 후보다”라고 말했다. [그림 1. 물 분해를 보여주는 개념도. 물이 차 있고, 음극(cathode)과 양극(anode)이 있으며, 음극과 양극 중간에 막(membrane)이 있다. 음극에서는 수소 기체가 발생하는 반응(HER)이, 양극에서는 산소 기체가 발생하는 반응(OER)이 일어난다. ] 촉매 만들기 물분해에 사용되는 전기화학 촉매는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물질을 조합해서 만든다. 김도환 교수가 보여주는 슬라이드를 보니 세 종류 물질을 조합해서 만드는 A₂BC라는 개념이 있다. A₂BC는 A 두 개와 B, C라는 물질을 갖고 만든다는 것이고, 이때 A와 B는 금속, C는 비금속인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여러 종류의 금속과 비금속을 조합해서 촉매를 만드는 연구를 많은 사람이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 슬라이드에는 ‘A‘, ’B’ ‘C’에 사용하는 원소들이 색깔로 구분하여 표시되어 있다.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이다. 화학의 기본이 되는 주기율표이니, 오랜만에 원소들 얼굴 다시 살펴본다는 느낌으로 이들 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A 자리에 들어가는 원소는 Fe(철), Co(코발트), Ni(니켈), Cu(구리), Ru(루테늄), Rh(로듐), Pd(팔라듐), Ag(은), Cd(카드늄), Ir(이리듐), Pt(백금), Au(금)이다. ’B’ 자리는 Ti(타이타늄), V(바나듐), Cr(크로뮴), Mn(망가니즈), Y(이트륨), Zr(지르코늄), Nb(나이오븀), Mo(몰리브데넘), La(란타넘), Hf(하프늄), Ta(탄탈럼), W(텅스텐)이 들어갈 수 있다. 또 비금속이 들어가는 ‘C’ 원소에는 N(질소), C(탄소), O(산소), P(인), S(황), Se(셀레늄) 등이 들어가 있다. 원소들이 나온 김에 김 교수가 2024년 4월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보고한 촉매는 A₂BC 개념의 틀로 보면, A=니켈(Ni), B=철(Fe), C=산소(O)에서 시작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살피기로 한다. 김 교수는 “A와 B 금속 두 개가 만나면 합금 형태가 되고, 거기에 비금속 원자가 들어가면 화합물 형태다. 그래서 우리가 촉매를 만들어볼 수 있는데, 기존에는 이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우수한 촉매를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좋은 촉매가 나오면 그걸 조금 변형해서 더 나은 촉매를 만들어보려는 식이다. 촉매를 만들 수 있는 A₂BC가 되는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김 교수는 “고려할 수 있는 금속 및 비금속 원자의 경우의 수가 많기에 관련 논문이 폭발적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어떤 원자를 취하느냐, 또 원소들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할 것이냐, 그 다음에 금속과 비금속 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결정 구조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고려해야 할 게 많다”라고 말했다. 물 분해 촉매 개발 관련 논문 수가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그래프를 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2005년에는 연 100건도 안 되었으나, 2017년에는 2000건이 넘었다. 반도체 연구로 시작 김도환 교수는 대전과학고를 1년 만에 마치고, 학부와 석사, 박사를 카이스트에서 모두 마쳤다. 회사(한솔연구소)에서 기술 개발 관련 일을 10년 정도 하다가 다소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방문연구자로 일하고, 2007년 대구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됐다. 그리고 2015년에 전북대학교로 옮겨 3년만에 정년 보장을 받았다. 그는 카이스트 화학과에서 반도체 표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세훈 교수 지도를 받았고, 김세훈 교수 랩은 주사터널전자현미경(STM)을 만들어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실리콘 표면이나 저마늄 표면에서 금속 원자가 어떻게 돌아다니고, 유기 분자와 반도체 표면 원자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게 주요 연구 분야였다. 김도환 교수는 “나는 랩에서 실험도 했지만 주로 DFT(밀도범함수이론)계산을 해서 시뮬레이션하고 모델링했다”라며 “예를 들어 STM으로 관찰한 특정 이미지가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나왔는지 분석해서 모델을 만들어 전산모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산물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VASP(Vienna Ab initio Simulation Package) 계산 기법을 세종대학교 물리학과 홍석륜 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다 기존에 김도환 교수가 연구하던 반도체 표면 연구는 연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놓았기에 논문 쓰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유기 분자를 바꿔서 해보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논문을 작성하고 저널에 투고하여 SCI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대학원생에게 연구 토픽을 주면 얼마든지 논문이 나올 수 있었다. 김도환 교수는 언제부터 물분해 촉매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을까? 김 교수는 이 질문에 “2018년 전북대에서 정교수가 되면서 정년 보장을 받았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촉매 개발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분해 촉매 연구로 방향을 바꾸니, 쉽지 않았다. 2019년 한 해 동안은 연구를 위한 준비에 모든 에너지가 들어갔고, 연구 결과는 2020년쯤부터 나왔다. 그린수소 촉매 연구에는 왜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김도환 교수는 “전북대 대학원 부원장으로 일했고, 당시 원장은 공과대학 나노융합공학과 이중희 교수님이었다. 대학원 보직을 맡아 이중희 교수님을 돕다가 이 교수님 연구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중희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고, 한국복합재료학회 회장(2020년)과 한국수소신에너지학회 회장(2019년)을 역임했으며 2023년 한국공학상을 수상한, 에너지 재료 분야의 대가다. 이중희 교수와 일하며 BK21 4단계 사업을 준비했는데, 이중희 교수 연구 분야가 물분해 촉매 개발이다. 이중희 교수 연구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물분해 촉매를 개발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실험 결과에 비해 계산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새로 개발한 촉매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DFT계산을 통해서 촉매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DFT계산은 물질 내부에 있는 전자 분포와 에너지를 양자역학으로 계산하는 거다. 김 교수가 사용해 온 VASP가 DFT 계산을 위해 촉매화학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계산 소프트웨어다. 공동 연구를 하면서 그는 물분해 촉매 연구에 점점 깊이 발을 들이게 됐다. 반도체보다 복잡한 금속 물질 계산 김도환 교수는 “내가 속한 학과가 사범대 화학교육전공이다. 사범대이다 보니 같이 연구할 대학원생도 여의치 않아 2019년까지 일반대학원생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혼자서 많은 양의 촉매 구조를 계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때 KISTI슈퍼컴퓨팅센터에서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열악한 연구 환경을 극복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전에 했던 반도체에 비해 금속은 일단 전자 수가 많다. 물질 내부의 전자 구조를 계산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내가 갖고 있는 클러스터로는 계산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KISTI 슈퍼컴퓨터 자원 사용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을 받았다.” 반도체에 비해 금속은 전자 수가 왜 많다는 것인가? 김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반도체는 실리콘, 저마늄 같은 경우는 주기율표 3주기 또는 4주기에 있고, 그러니 물질의 성질을 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원자가전자의 수가 4개이다. 그런데 금속 같은 경우는 고려해야 할 전자 개수가 훨씬 많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때로는 전자의 궤도 중 최외곽 궤도 말고, 안쪽 궤도에 있는 전자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그렇기에 클러스터를 갖고 계산을 할 수 없다. 전자 수가 확 늘어나니 계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거의 매년 KISTI슈퍼컴퓨팅 자원 사용을 위한 과제 신청을 했고, 선정되었을 때는 KISTI 지원을 받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 연구에 큰 도움을 준 KISTI에도 감사를 한다고 했다. 실험연구자와 계산 연구자의 협력 실험 연구자의 경우에는 촉매 개발을 하고 나서 논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계산을 필요로 하곤 한다. 촉매가 왜 성능이 좋은지를 설명하는 이론 계산이 들어가면 논문을 좀 더 영향력지수(impact factor)가 높은 학술지에 게재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계산 연구자는 실험에서 할 수 없는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새로운 재료를 대상으로 보다 창의적인 계산을 할 수 있지만, 계산 결과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가 없는 경우에 우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많은 연구 논문이 실험과 계산을 융합한 논문 형태로 발표되고, 실험 연구자와 계산 연구자의 공동 연구의 필요성도 높아져 계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실험실 구성원 김도환 교수는 소속된 사범대 특성상 연구에 참여할 대학원생이 없어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BK21 4단계 사업에 에너지저장변환공학과 겸임교수로 참여하면서 대학원생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대학원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김 교수팀에는 한국인 교육대학원생 외에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출신의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인 다오 티 후옌 학생이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논문의 제1저자 이고, 파키스탄 출신인 살림 시트라 학생은 공동저자 중 한 명이다. 김 교수 연구팀에 가장 먼저 대학원생으로 합류한 인도 출신 프라바하 카란 박사는 지금까지 논문을 43편 발표(공동저자 포함)하는 실적을 올렸고, 현재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열심히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촉매 연구의 진화 김도환 교수가 2019년 촉매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실험 연구자들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공대 교수들의 실험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연구에 참여, 계산을 통해 연구 결과를 지원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논문이 영향력 지수가 높은 학술지에 나갈 수 있도록 기여했다. 처음에는 이중희 교수팀과 협업을 했고, 지금은 전북대 내의 여러 연구팀과 공동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다른 대학 및 해외 대학의 연구팀과도 공동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촉매를 연구하는 공동연구자들과 대등한 관계로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의 아이디어 단계부터 참여를 했고, 다른 교수 그룹이 실험 결과를 내놓으면, 계산을 해보고 결과가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실험 연구 결과가 뒤집어진 게 여러 차례 있었다. 김 교수 연구는 또 진화해 독자적으로 촉매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김 교수는 “우리가 새로운 촉매를 제안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얼마든지 다양한 촉매를 모델링해서 제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₂BC라는 금속, 금속, 비금속이라는 조합에서 새로운 경우의 수를 제안할 수 있고, 또 A₂BC가 아니라 AB₂C 식으로 물질을 이루는 원소 비율도 조정해 가면서 성능 좋은 물분해 촉매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김 교수는 “시뮬레이션에서 매우 좋은 촉매를 찾아내 실험 연구자에게 합성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연구자들은 기존의 연구 방법에 따라 새 촉매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하다보니 계산화학을 통해 설계한 신규 재료를 검증하기 어려워했다”라며 “그래서 우리 연구팀에서 실험 연구까지 병행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2022년이었다. 김 교수 연구실 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복도를 따라가면 그의 실험실이 있다. 과거에는 그 방에 계산용 서버가 있었다. 서버 컴퓨터를 지금은 전북대학교 내의 다른 곳(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단 서버실)으로 옮겼고, 이곳에는 전기화학 실험 장비들이 들어와 있다. 촉매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증착기(CVD), 전류를 흘려 촉매의 전기화학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인 일정전위기(potentiostat)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다른 실험 물리학 장비보다 접근하기가 용이해서 단기간에 실험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촉매 제안 2021년 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구리, 몰리브데넘, 질소화합물로 만든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촉매를 제안했다. 화학식은 CuMo₂ON이다. 김도환 교수는 “금속 성분인 구리와 몰리브데넘의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해서 거의 모든 경우를 당시에 다 해봤다. 촉매 표면에서의 수소 발생과 산소 발생에 대한 많은 계산을 했고, 당초 예상했던 계산 결과와 다른 계산 결과를 얻었다. 그때까지는 공동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입장이었으나, 이 논문 연구를 계기로 주도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촉매 실험에서는 구리와 몰리브데넘을 같은 양으로 섞는 경우가 가장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교수 그룹이 계산해 보니 결국 구리와 몰리브데넘을 1대 2 비율로 하는 게 최적인 걸로 나왔고 재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었다. 그래핀, 카본 천을 이용한 코어-쉘 구조 촉매 김도환 교수는 물분해 반응 촉매의 소재로 금속, 비금속에서 더 진화하여 다양한 소재들에 도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금속 또는 금속 표면의 비금속도 중요하지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그래핀이나, 일종의 탄소 나노튜브인 탄소 천(carbon cloth)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전에는 여러 종류의 금속과 비금속 원자를 단순하게 결합하는 개념으로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층을 겹쳐 만드는 층상 구조나, 중심-껍질(Core-Shell) 구조인 촉매들을 만들고 있다. 김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2023년 6월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나온 논문이 그런 예다. 이 논문에서는 중심-껍질 구조인 촉매를 다루며, 중심에는 전통적인 촉매(VMoON, 바나듐몰리브데넘옥시나이트라이드)를 넣었고, 주변 껍질로는 그래핀을 사용했다. 그래핀이, 반응을 일으키는 금속 촉매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반응을 위한 활성 자리가 있는 금속 촉매가 안에 들어 있고, 그걸 그래핀이 싸고 있는데 그러면 촉매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까? 김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그림 2. 김도환 교수 그룹의 def-Ru-NiFe LDH/NiCo₂O₄ 촉매 개발 과정. 전구체를 300도에서 가열해서 니켈과 코발트, 산소로 된 나노와이어(NCO NWs/CC_를 만든 게 1단계 공정이다. 이어 니켈과 철의 나노시트와 소량의 루테늄을 나노와이어에 첨가했다. 그 결과 Ru-NiFe LDH가 만들어졌다. 3단계는 에칭이고, 최종적으로 def-Ru-NiFe LDH가 완성되었다.] “물이 분해되어 수소나 산소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물이 중심에 있는 금속 촉매와 반응해야 한다. 겉에 있는 껍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서 반응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다시 밖으로 나와야 한다. 어떻게 그게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껍질 구조 중간에 결함(defect) 즉 비어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 가서 물이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계산 결과, 껍질에 있는 그래핀 층이 안에 있는 금속을 끌어올린다는 걸 알았다. 계산을 통해 확인했고 보완 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었다. 그래핀 형태가 거기에 첨가된 물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특정 구조를 가질 때 안에 있는 바나늄이나 몰리브데넘이 촉매 구조 표면으로 올라오고, 그게 활성부위로 작용하는 걸 알아냈다. 많은 촉매 연구자가 이와 유사한 형태의 코어-쉘 구조로 된 우수한 성능의 물분해 촉매를 만들었는데, 왜 어떻게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가 계산 연구를 통해서 처음으로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24년 4월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논문 이야기 나와 같이 김도환 교수를 찾아간 KISTI 권오경 박사가 “슈퍼컴퓨팅 자원 사용자 중에 촉매 연구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전체 사용자의 10~20%쯤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도환 교수는 이 논문을 포함, 지금까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화학 재료 분야 상위 학술지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이 논문 외에도 《응용 촉매 B: 환경과 에너지》(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 and Energy) 등에 좋은 연구를 최근에 발표했으나, 그가 이날 전주로 찾아간 내게 이 논문에 관해 설명한 건, 국외자에게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가 좀 쉽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촉매를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 이번 논문에서 개발한 촉매도 ‘코어-쉘 구조’다. 김도환 교수에 따르면 작업을 크게 3단계로 진행했다. 1단계는 300도에서 2시간 동안 재료(NiCo 전구체)를 가열(어닐링)했다. 니켈(Ni)과 코발트(Co)라는 두 개 금속과 비금속(산소)으로 나노와이어(NiCo₂O₄)를 만들었다. 나노와이어는 나노미터 크기의 가는 줄을 말한다. 2단계는 압력솥과 같은 고온고압 처리 장치(오토클레이브)에 재료들을 넣고 140도에서 4시간 동안 가열하는 과정이다. 나노와이어 위에 니켈과 철의 나노 시트와 소량의 루테늄을 첨가했다. 나노와이어 위에 니켈과 철, 루테늄 층이 겹겹으로 자리잡는다. 3단계는 에칭을 해서 촉매 표면에 있는 원자 일부를 제거하여 ‘결함’을 일부러 만들었다. 결함이 있는 곳, 즉 원자가 없는 빈 자리들은 코어-쉘 구조에서 촉매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촉매가 완성됐다. 촉매 이름은 영어로 써보면 ‘def-Ru-NiFe LDH/NiCo₂O₄’이다. 이름을 천천히 살펴 보면 ‘/’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덩어리다. ‘/‘ 뒷부분이 촉매의 ’코어‘(중심)를 이루는 물질들이고, ‘/‘ 앞부분은 ’쉘‘(껍질) 부분이다. ’def’는 결함이라는 뜻이고, 결정 내 일부 원자가 있어야할 자리가 비어있다는 걸 말한다. ’LDH’라는 낯선 용어는 알고 보니 우리말로는 ‘층상의 이중 수산화물’이라고 한다. 수소 발생 반응(HER)과 산소 발생 반응(OER) 물분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물에 음극과 양극을 넣어주고 전압을 걸어준다고 했다. 이때 수소가 만들어지는 수소발생반응은 음극에서 일어나고, 산소가 발생하는 반응은 양극에서 일어난다. 촉매를 만들면 여러 실험을 통해 촉매 성능을 확인한다. 앞에서 두 전극 사이에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전압 차인 셀전압이 물분해 촉매의 성능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외에도 깁스 자유 에너지 크기가 얼마이며, 페르미 준위를 중심으로 해서 어느 정도의 상태 밀도를 갖고 있는지, 물질의 어떤 오비탈과 어떤 원자가 물성에 주로 기여하는지를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또 만들어진 촉매 결정의 안정성을 이론적으로 평가한다고 김도환 교수는 설명했다. 이것 말고도 촉매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촉매 물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김 교수 그룹은 계산했다. 예컨대, 결정 안에 ‘결함’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촉매 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또 코어만 있을 때와, 쉘만 있을 때는 촉매 물성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계산했다. 촉매 반응이 얼마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되는지를 파악하는 내구성 실험도 했다. 촉매 성능이 빨리 떨어지는지, 일정 시간 이상 가는지를 확인했고, 김 교수 그룹이 개발한 수소발생 촉매는 60시간 이상 작동 후에도 초기 성능이 유지되는 걸로 나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물질 조합과 구조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가진 촉매를 찾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전산 모델링을 통해 최적의 금속 및 비금속 조합을 찾고 촉매 활성이 높은 결정 구조를 설계하였으며 촉매의 물분해 성능을 이론적으로 예측하여 실험실에서 촉매 재료를 합성했다. 그리고 합성한 촉매가 성능이 우수하다는 걸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론으로 먼저하고 실험으로 만들었기에 더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성능도 좋았고, 귀금속인 루테늄 사용량은 기존 상용 제품에 비해 훨씬 적은 0.3 % 밖에 안 된다. 합성 과정에서의 수율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촉매 단가는 상용 제품 대비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특허 출원 김도환 교수는 촉매를 개발하고 특허를 2024년 10월에 출원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개발된 신규 촉매는 이중희 교수님이 설립한 학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촉매를 적용한 물 분해용 스택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김도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합성하기도 쉽고, 또 재현성이 좋다. 만들어보면 매번 똑같게 만들어지는 정도가 우수하다. 엉뚱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며 “또 보통 촉매는 양극재와 음극재 중에 하나로 쓰이나, 우리 촉매는 양쪽에 다 써도 반응이 다 잘 나온다. 하나의 전극재만 생산하면 두 개를 각각 생산하는 것보다 합성이 용이하고 제조 단가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두 시간에 가까운 취재가 끝났다. 김도환 교수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실험적으로 성능이 좋은 전기화학 촉매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은데, 촉매가 어떻게 성능을 발현하는지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기존 촉매의 성능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촉매 설계가 가능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계산화학자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더 많은 계산 연구자들이 전기화학 촉매 연구에 참여하여 새로운 에너지 소재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차세대 기능성 반도체를 위한 무독성 신물질 탐색
실리콘 반도체가 구조 변화를 통한 소형화는 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얘기는 들은 지 오래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극복했다는 무용담이 들려오기는 했다. 6월 13일 만난 김한슬 충북대학교 교수(신소재공학과)는 “더 작고 빠르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위해, 다양한 학제의 연구자들은 노력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실리콘과 상호보완적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개발과 발굴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혁신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한슬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이론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를 연구하는 재료공학자이다. 김한슬 교수 연구실 이름은 ‘나노 소재 이론 및 시뮬레이션 연구실’이고, 김 교수 그룹이 하는 일은 “차세대 반도체 및 에너지 소자 응용을 위한 제1원리 시뮬레이션 및 이론 기반 신소재 연구를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소재를 연구하고 신물질을 발굴하며…”(김한슬 교수 웹사이트)이다. 연구 두 가지 김한슬 교수를 찾아간 건 그의 최근 두 가지 연구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한 건은 《나노 투데이》(피인용지수 17.4)에 쓴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를 위한 무독성 금속-할라이드 신소재 발굴’ 관련 논문이다. 두 번째 논문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피인용지수 27.8)에 보고한 ‘무독성 양자점 반도체 소재 및 광전소자 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첫 번째 논문은 인간의 두뇌를 모사하는 새로운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반도체 소재 연구 내용이다. 두 번째 논문 내용은 에너지 수확을 위한 태양전지, 그리고 차량 자율주행 등에 활용되는 적외선 센서에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 연구 내용이다”라고 했다. 두 연구 모두 납이나 카드뮴이 없는 무독성 신소재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차세대 반도체 발굴 및 활용 관련 내용이다. 그는 또 “이번 연구들에서처럼, 차세대 반도체 재료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기반의 원자수준 시뮬레이션을 통한 소재 발굴 및 물성연구는 필수적인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들은 실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소재를 합성하고 반도체 소재로 제작되기 위한 중요한 힌트가 된다”고 덧붙였다. 폰 노이만 병목 현상 김한슬 교수는 CPU, GPU 얘기를 꺼냈다.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로 AI(인공지능)를 처리하려면 속도가 다소 느릴 수 있지만, 단순한 계산을 다수의 유닛이 동시에 처리하는 GPU는 AI 작업에 더 적합하다. 많은 AI 연구는 GPU의 병렬 처리 능력 덕분에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된다. CPU와 GPU의 계산 방식을 비유하자면, CPU는 한 명의 교수, GPU는 100명의 초등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는 교수가 잘 해결하지만, 100개의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은 교수가 혼자 하는 것보다 100명의 초등학생이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 100명의 초등학생 방식은 AI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분산 처리하는 데에 훨씬 유리하다.” 현대의 컴퓨터는 데이터 처리에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CPU 및 GPU와 같은 처리장치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 장치가 분리되어 있는 2원화된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데이터를 빨리 처리해서 보내도 저장이 느리다. 김 교수는 이걸 ‘폰 노이만 병목’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존 폰 노이만(1903-1957)은 현재의 컴퓨터 구조를 설계한 미국 과학자다. 김 교수는 “이런 병목 현상이 전력 효율을 떨어뜨린다”라며 “과학자들은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뉴로모픽반도체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사람 뇌와 컴퓨터의 구조 차이 바둑 인공지능 모델 알파고가 2016년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대국에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대국에서 두 쪽이 쓴 에너지에 시선을 돌리면 다른 게 보인다. 이세돌 9단이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대국을 벌였으니, 그가 소비한 에너지는 전력으로 보면 20 와트쯤 된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보다 에너지를 1000만 배가 많은 20만 킬로와트를 사용했다. 컴퓨터와 사람이 같은 일을 해도 전력 소모량에서 엄청 난 차이가 있는 거다. 사람과 컴퓨터가 똑같은 일을 할 경우 컴퓨터가 빠르기는 하지만, 전력 소모량에서는 컴퓨터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차이는 컴퓨터와 인간 뇌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한슬 교수는 “컴퓨터는 처리장치와 저장장치가 분리되어 있지만, 사람 뇌는 그 두 기능이 통합되어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 뇌의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다음 신경세포에 정보를 전달하고, 특정 자극이 반복되면 정보를 더 잘 저장하게 된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특정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 기억이 활성화되어 있어 그 단어는 빨리 떠오르고,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의 경우 활성화되지 않아 필요할 때 빨리 말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신경세포 말단과 다음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시냅스라는 건, 자극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가해졌을 때 그 연결성이 강화된다. 학습을 했을 때, 즉 반복적으로 자극을 가했을 때 단기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갈 수 있고, 이런 걸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신경세포가 네트워크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뇌다. 그러니까 뇌는 연산 장치이자, 데이터 저장장치다. 시냅스간의 연결, 연결 강화 및 약화가 구체적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뉴로모픽 컴퓨팅 (신경 모사 컴퓨팅) 은 이러한 뇌의 구조를 모방한 컴퓨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인간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시냅스 소자 만들기 한슬 교수는 “시냅스 가소성을 갖는 단위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뉴로모픽컴퓨팅을 위한 시작점이다. 최근에는 특히, 시냅스 가소성을 가질 수 있는 소재 발굴을 기반으로 한 소자 개발이 화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다 다양한 컴퓨터와 AIoT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기의 가능성을 위해, 단순히 뇌의 시냅스를 모사하는 것 뿐 아니라 좀 더 높은 제어력과 다기능성을 함께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이라고 보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나노 투데이》 논문에서는 인간의 시냅스와는 또 다르게, 전압에 따라 두 가지 기억 모드로 작동할 수 있는 멀티모드 인공시냅스 소재를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새로 찾은 물질은, 세슘, 아이오딘의 화합물인 Cs₂AgI₃다. 멤리스터 멤리스터(memristor)라는 개념이 있다. 저항 변화 메모리 소자라고 한다. 일반적인 소재는, 양단에 전압을 인가하여 전류를 흘릴 때, 저항(전압/전류의 비율)이 일정하다. 불변이고, 상수다. 그런데 어떤 소재들은 전압에 따라 저항값이 변한다. 상수에서 변수가 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해당 물질을, 일정 시간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쓸 수 있다. 멤리스터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차세대 고집적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아 왔고, 단일 소자 수준에서 시냅스 가소성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 방식으로 손꼽힌다. 김한슬 교수가 학부생 수업을 하려고 만든 슬라이드 자료를 디스플레이에 띄워 보여줬다. 반도체 업체 하이닉스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다. ‘멤리스터 소자’ 네 종류가 화면에 보인다. PCM, RRAM이 그중 일부다. PCM은 상변화 메모리(Phase Change Memory). 상 변화 물질을 사용하고,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에서 이미 상용화했다. RRAM은 부도체에 충분히 높은 쓰기 전압을 가하면 저항이 변하면서(낮아지면서), 작은 읽기 전압에도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RRAM은 저항변화메모리(Resistive RAM)의 줄임말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이번에 수행한 연구는 새로운 RRAM을 만든 것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RRAM은 무엇? RRAM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김한슬 교수에 따르면, 전압을 가하면 전극에서 원자가 튀어나올 수 있는데, 이것이 누적되면 나노 필라멘트를 형성한다. 이것을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로 이용하여, 전류가 쉽게 흐를 수 있게 된다. 저항이 낮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방향의 전압을 가해주면 필라멘트를 다시 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자극에 의해 원자 수준의 필라멘트가 생성되고 끊어지면서, 저항이 커지고 작아지는 상태가 정보로써 저장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방식은 물질이 갖고 있는 ‘공극’(vacancy)을 이용한다. 결정 구조에는 때로 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빈 자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결정 구조 안의 빈칸 때문에 필라멘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빈칸을 통한 시냅스 가소성 또한 구현될 수 있다는 거다. 그는 이어 “결국 전극에서 원자가 튀어나오는 경우에는 전극에서 원자가 얼마나 잘 나오고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반면 원자의 빈 자리를 이용하여 필라멘트를 만들려고 할 때는 물질에서 빈 자리가 얼마나 잘 생기고 이동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다중 모드 RRAM 아이디어 김한슬 교수는 “대부분 연구에서는 RRAM을 제작한 후 필라멘트 또는 공극 이동의 두 가지 메커니즘 중 어느 하나를 이용했다고 보고한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한 물질에서 두 가지 매커니즘이 다 발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즉 특정 전압에서는 전극에서 원자가 튀어나와 이동하고, 다른 특정 전압을 가하면 빈 자리가 생성되어 이동하는 메커니즘이 나오게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물질에서 전압의 크기에 따라 RRAM의 두 가지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각각의 방식은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어 생물학적 시냅스를 모사하는 시냅스 가소성을 가진다. 이와 달리 김 교수팀은 두 가지 방식이 한 소자에서 전압에 따라 제어되기에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장기기억 모드를 갖는 새로운 인공시냅스를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ISTI 슈퍼컴퓨터로 물질 찾기 대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서비스하는 슈퍼컴퓨터인 누리온을 활용하여, 새로운 이온결정 소재들을 설계했다. 그리고 해당 소재들에서 원자 혹은 이온의 움직임이 잘 제어될 수 있는지, 즉 필라멘트 형성이 용이한지 살펴보는 게 그 다음 단계 연구였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소재를 실제 물질로 만들어 멤리스터를 구성하여 그 특성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실험은 공동연구자인 공주대학교 최진우 교수(공동연구 시작 당시에는 한국재료연구원 소속) 팀이 진행했다. 우선 슈퍼컴퓨터로 물질 찾기. 김한슬 교수는 “슈퍼컴퓨터가 발전하기 전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이론을 위한 연구에 활용되었고, 그 후에는 실험과의 연계 연구에 활용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수행하여 실험을 설계하는 방식도 도입되곤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시뮬레이션을 위해 쓰는 이론은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이다. 밀도범함수이론은 물질 내부의 전자 배열과 에너지를 계산하는 데 쓴다. 김 교수 이야기를 옮겨본다. “밀도범함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및 시뮬레이션을 처음 언급한 논문이 1989년에 나왔다. 그리고 KISTI에 슈퍼컴퓨터 1호기가 들어온 게 1988년이다. 당시 1호기 성능이 요즘 핸드폰 정도다. 지금은 슈퍼컴퓨터가 엄청 빨라졌다. 소프트웨어가 같아도 하드웨어가 좋아졌기에, 실제로 같은 소프트웨어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나의 지도교수님이 학위를 할 때는 시뮬레이션은 이론 개발에 집중되어 있었다. 내가 학위를 할 때도 실험과의 공동연구를 지금처럼 많이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요새는 달라졌다. 실험으로 소재 개발 시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원리가 확인 되어야 좋은 결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 실험-시뮬레이션 간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더 나아가서, 역으로 시뮬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수행 후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연구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3년 전 슈퍼컴퓨터 돌렸다 김한슬 교수의 이번 논문 출발점은 3년 전 KISTI 혁신지원프로그램의 거대도전연구를 통해 슈퍼컴퓨터의 거대 자원을 보름 가량 활용한 것이다. 그는 당시 KISTI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자원의 약 3분의 1을 동시에 사용해서 계산을 했다. 신경모사컴퓨터의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된 소재를 찾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금속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는 최근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소재다. 그런데, 유독 특성이 좋은 금속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들은 납(Pb) 원자를 함유하고 있다. 단위결정 내 팔면체 구조 가운데에 납 원자가 하나 들어가 있는 형상이다. 납이 들어있으면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이 잘 나온다. 빛을 쪼이면 전기 에너지로 바뀌는 효율이 좋다. 문제가 있다. 유독물질인 만큼 상업화를 못한다. 김 교수는 “납 없이 만들어지는 페로브스카이트 유사 물질을 찾으려고 했다. 원소 주기율표를 다 훑으면서 원자 조합에 따른 새로운 결정구조들을 찾고, 그 특성이 어떤지를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작업에서 KISTI 슈퍼컴퓨터의 강점이 십분 활용했다. 일반 컴퓨터에서는 그런 작업을 한다는 게 상상하기 힘들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였기에, 수백,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일괄 계산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구자가 원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의 조합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특성을 만족한다고 해도, 원료를 살 수 있는 것인지, 실제로 합성이 될지,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봐야 한다. 그렇게 따지면 실제 후보 물질의 수는 더 줄어든다. 김 교수가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행한 계산의 수는 약 3000가지다. 아이디어를 갖고 직접 만든 경우의 수이기에 이 계산 결과는 그의 자산이 되었다. 자신을 위한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거다. 당시에 이론으로 찾은 물질 중의 하나가 세슘과 구리, 아이오딘 화합물(Cs₃Cu₂I₅)이다. 이 물질로는 습도와 알코올을 감지하는 새로운 센서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그 결과가 2022년에 논문으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오늘 김 교수를 찾아가게 된 논문은 이와 비슷하나 구리 대신, 은(Ag)을 사용한 물질이다. Cs₂AgI₃ 라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것이다. 구리 대신에 은을 넣으면 구성 요소가 다르니, 결정 구조가 조금 다르게 만들어진다. 이온 이동 특성 확인 Cs₂AgI₃의 결정 구조를 확인했다. 그 다음에는 밴드 갭, 전기전도도 등 전자구조에서 나오는 물성을 도출했다. 이 소재로 RRAM 소자를 만든다면, 3층 구조에서 위 아래는 전극이 있고, Cs₂AgI₃은 가운데 층을 구성하게 된다. 이제 양쪽 전극에서부터 전압을 흘릴 경우 어떤 물리적인 특성을 나타나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김한슬 교수는 “결국 우리가 궁금한 것은, 양단에 전압을 인가하면 원자가 이동하여 필라멘트가 형성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전극에서 튀어나온 원자나 내부원자들의 공공이 일렬로 배열해 필라멘트를 형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그 원자들이 전압에 의해 이동하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그 특성을 도출하는 계산을 했다”라고 말했다. 먼저, 이온이 얼마나 잘 생기는지, 즉 빈 자리나 잉여 원자가 얼마큼 존재할 확률이 높은지를 봤다. 그리고 빈 자리나 잉여 원자가 이동하려고 할 때 에너지가 추가로 얼마나 필요한지를 계산했다. 그가 원하는 이온의 물리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에너지 장벽이 낮을수록 빨리 이동한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해당 물질은 아이오딘, 은, 세슘이라는 세 가지 원소를 기반으로 만든 소재이다. 이 소재는 두 개 전극 사이에 놓여 있다. 한쪽 전극은 은, 다른 쪽 전극은 ITO(Indium tin oxide, 인듐주석 산화물)로 만들었다. 먼저, 아이오딘은 에너지 장벽이 낮아, 가장 잘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작은 전압을 걸어줘도 이동한다. 한편, 높은 전압을 걸어주어서 은 전극에서 원자가 튀어나오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Cs₂AgI₃ 내부에서 은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은 이온의 이동량이 다른 것들에 비해 많아서, 은 필라멘트 발생이 유발됨을 확인했다. 세 가지 물질 중 마지막인 세슘은 크게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결정 구조에서 은-아이오딘으로 이루어 진 사면체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를 구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세슘이 움직이는 특징을 이용하지는 않아요. 이런 걸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계산으로 알게 되었다.” 와우의 순간은? 《나노 투데이》에 출판한 논문을 연구하던 중 ‘와우’(wow)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김한슬 교수는 “처음에는 이 소재의 이온 이동 특성이 궁금해서 살펴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하나의 소재에서 은과 아이오딘 두 이온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인공시냅스는 단기가소성 가소성 모드에서 장기 가소성 모드로의 전환이 있지만, 이 장기가소성 모드가 외부 자극에 따라 다시 ‘중장기 가소성 모드’와 ‘초장기 가소성 모드’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할 것 같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또 그걸 실험으로 확인했을 때,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 물질을 갖고 실제로 하드웨어적인 인공신경망을 만들게 된다면, AI 구동특성이 좋은지 여부도 시뮬레이션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무작위 손글씨를 인공지능 모델이 얼마나 잘 인식하는지 확인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전압 크기로 두 가지 장기기억 모드가 제어되는 인공시냅스 소재는 처음”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뉴로모픽 컴퓨팅 관련 연구들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인공신경망 연구가 소프트웨어로 인간의 신경계를 모사한다면, 뉴로모픽 컴퓨팅은 하드웨어상으로 그걸 모사하려는 거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때, 외부 조건에 따라 ‘중장기기억’과 ‘초장기기억’으로 다시 구분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을 찾아낸 것은 이 연구가 세계 최초일까? 김 교수는 ”단일 소재에서 전압의 크기 차이만으로 장기기억 모드를 이렇게 두 가지로 세분화 한 것은 저희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치 서로 다른 조건으로 발현되는 두 개의 인공 시냅스가 일체화 된 것 같다. 회로형식으로 연계 구성한 것이 아니라 소재 자체의 물성을 통해 이것이 제어된다는 점도 좋았다. 생물학적 시냅스를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생물학적 시냅스에 없던 추가적인 제어기능을 부여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논문 이야기 김한슬 교수에게 그의 논문 두 건의 내용을 물으려했다. 첫 번째 논문 관련 질문이 길어지면서 두 번째 논문 내용은 물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태양전지,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광전변환 소자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양자점(quantom dot)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논문은 무독성 콜로이달 양자점 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끌어올리는 연구라고 했다. 양자점은 화합물 원자들이 작은 구의 형상을 이루어서 양자 구속효과를 갖는 나노구조체를 말한다. 광 흡수가 좋은 양자점은 대체로 납, 카드뮴 등 독성 원소를 함유한다. 이 때문에 납이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양자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은과 비스무스, 황으로 합성한 AgBiS₂ 양자점에 주목했다. 이 소재의 성능을 최대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형의 양자점 소재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활성화된 노출 표면이 많아 전자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양자점 표면에 리간드 분자를 부착하여 표면을 비활성화 하고 전자 정공의 원활한 이동을 유도하곤 한다. 효과가 있으려면 리간드들이 표면에 균일하게 잘 부착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방법을 찾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보적인 전하를 띄는 리간드들의 앙상블을 사용할 경우 이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밝혔다. 고려대학교 백세웅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렇게 소재를 제작할 경우 세계 수준의 고효율 태양전지와 적외선 센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향후 연구 김한슬 교수는 차세대 전자기기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소재에 관심이 있다. 사람 뇌를 모방한 반도체와 컴퓨팅 시스템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을까? 김 교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실제 현상과 더욱 닿아 있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싶다. 이를 위해는 새로운 시뮬레이션 방법이나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찾기부터 회로까지 유기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방법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성을 갖는 친환경 차세대 반도체 소재/소자 설계다. 자극에 따른 소재 물성의 변화를 통해, 반도체의 기능 제어라든지 새로운 기능 추가 등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기능성 나노신소재의 개발은 AIoT 시대에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신개념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의 핵심이 되어 줄 것“이라며, ”슈퍼컴퓨터 기반의 소재발굴 및 물성예측 연구를 통해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림 1. 듀얼모드 멤리스터 개념 및 원리 개요 – Cs₂AgI₃를 기반으로 개발한 인공시냅스가 저전압모드(우상단)에서는 아이오딘 공공의 이동을 통한 중장기 시냅스 가소성을 갖고 (SL-LTP), 고전압모드(좌하단)에서는 은 이온의 이동을 통한 초장기 시냅스 가소성을 가진다 (LL-LTP).] [그림 2 . (a) SL-LTP 모드와 (b) LL-LTP 모드에서 반복된 펄스에 따른 전도도 변화. (c) SL-LTP 모드와 (d) LL-LTP 모드 특성의 비선형성에 대한 통계. (e) 28 × 28 픽셀의 MNIST 손글씨 숫자를 인식하기 위해 구성된 인공 신경망의 개략도. (f) 무작위적인 초기 가중치에서 훈련 후 가중치가 픽셀에 투영된 그림. (g) SL-LTP(빨간색)와 LL-LTP(파란색) 모드에서 학습에 따른 MNIST 데이터 인식률 변화 및 이상적인 인공시냅스(검은색)와의 비교.]
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양자 다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동함수 맞춤
김영만 박사는 “기본입자로부터 출발해서 어떻게 원자핵이 만들어졌느냐가 나는 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그렇게 만들어진 원자핵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탄소니 산소니, 철과 같은 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게 가장 큰 나의 궁금증이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론 핵물리학자다. 대전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내 희귀핵연구단의 이론그룹리더다. 김 박사를 찾아간 건 그가 공동저자인 논문이 《네이처》(Nature)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핵물리학 혹은 입자 물리학자가 쓴 논문이 《네이처》에 나가는 건 흔하지 않다. 물리학자는 보통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을 출판하면, 영예로 안다. 대전 IBS 희귀핵연구단 내 김영만 박사 연구실에서 같이 만난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조기현 박사는 “네이처에 출판하려면 논문이 탁월해야하기도 하고, 주제가 어느 정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물리학 논문 대부분은 물리학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네이처 출판은 드물다”고 도움말을 줬다. IBS 공동저자가 세 명 《네이처》는 과학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다. 어떤 논문을 썼길래 《네이처》에 논문이 나간 것일까? 논문 제목에 ‘파동함수’ ‘양자 다체 문제’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전체 제목은 ‘양자 다체문제 해결을 위한 파동함수 매칭’(Wavefunction matching for solving quantum many-body problems)이다. 논문의 교신저자는 미국 미시건 주 이스트랜싱에 있는 중이온가속기 연구소(FRIB)의 이론핵물리학자(딘 준열 리 Dean Junyuel Lee, 미시건 주립대학교 교수)다. 김영만 박사와, 다른 한국 핵물리학자 두 명(송영호 박사, 김명국 박사)은 공동 저자다. 김영만 박사와 김명국 박사는 IBS희귀핵연구단 소속이고, 송영호 박사는 IBS중이온가속기연구소 소속이다. IBS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핵물리 실험을 하는 기관이고, 얼마전 중이온 빔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네이처》 논문은 지난 5월 15일 출판됐다. 논문 저자는 모두 17명이다. 국적도 터키, 독일, 중국, 미국 등 다양하다. 김영만 박사는 “미국, 독일. 한국이 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핵격자 유효 장이론 공동연구단’(Nuclear Lattice Effective Field Theory collaboration)을 만들어 연구해왔다. ‘파동함수 매칭’이라는 이론을 만들었고, 이론이 옳은지를 검증했다. KISTI의 슈퍼컴퓨팅센터 등에서 계산을 해봄으로써 확인했다. 기존에 실험으로 나와 있는 데이터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고, 그간 실험으로 보지 못한 데이터도 확인했다. 예측까지 해낸 거다. 새로운 아주 좋은 연구방법론을 만들어냈다고 인정받았고, 그건 《네이처》에 논문이 출판되면서 확인됐다. 이들 핵물리학 이론가들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과학적인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연구를 시작할 때의 질문 원자핵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들어 있다. 두 가지로 구성됐다.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핵자가 10개인지, 20개인지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성질도 다르다. 어떤 원자핵은 오래 살고, 다른 원자핵은 금방 붕괴된다. 이걸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이번 논문 연구자들이 가진 과학적인 질문이다. 이게 ‘양자 다체 문제’다. 원자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여러 개 들어있으니, 다체(many body) 문제이다. 또 양성자와 중성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양자 물리학(quantum)으로 설명해야 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니 ‘양자 다체 문제’가 된다. 김영만 박사는 “이게 양자이기 때문에 푸는 게 쉽지 않다. 좀 더 쉽게 푸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걸 갖고 원자핵의 성질을 계산했다. 그리고 가상의 물질이고 이론을 다루는 극한인 핵물질(nuclear matter)도 계산했다”고 말했다. 산소 원자에 중성자 욱여넣기 설명이 알듯말듯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박사가 산소 원소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양성자 8개, 중성자 8개가 들어있는 산소가 에너지면에서 가장 안정되어 있다. 김영만 박사는 “자연에서는 원자번호 8번인 산소에 계속해서 중성자를 먹인다. 계속 집어넣으면 산소 원자핵이 불안정해진다. 그러면 어느 순간 더 못 넣는다”고 말했다. 더 집어넣으면 원자핵이 붕괴한다. 중성자가 8개인데, 9개, 10개, 11개가 되면 산소 동위원소들이 된다. 김영만 박사가 “산소는 양성자 8개인데, 중성자는 16개까지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실험으로 검증되었다. 더 넣으면 핵이 붕괴한다. 하지만 이론으로는 계산을 해서 중성자가 16개 들어있는 산소 동위원소의 성질을 그간 연구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개발한 연구방법론인 파동함수매칭법으로는 중성자를 산소 원자핵에 하나 씩 더 집어넣을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박사는 “기존 제1 원리 핵물리 이론에서는 중성자 수가 너무 많아지면 계산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번에 새로운 연구방법론이 나와서 굉장히 불안정한 핵까지도 핵의 성질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핵심이다”고 말했다. 새로 알아낸 건 무엇인가 산소 원자에 중성자가 16개까지 들어갈 수 있고, 그 이후로는 핵이 불안정하다는 건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걸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다. 파동함수 매칭 방법을 써보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믿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 김 박사는 “그 다음에 핵을 얼마나 강하게 뭉쳐 있느냐를 보는 척도가 결합에너지다. 결합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와 비교했더니, 우리가 이론으로 계산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간 실험으로 발견이 안 된 동위원소들이 있다. 자연에서 잘 발견할 수 없는 불안정한 물질이다. 이런 물질들에 대해서도 이번에 물리적인 특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김 박사는 “그런 동위원소들은 라온(IBS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가속기 이름)이든 외국 시설에서 검증을 할 거다. 정리하면 이번 논문은 나와 있는 실험 데이터를 잘 맞췄고, 일부 실험 데이터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예측을 내놨다. 실험 데이터를 잘 맞췄으니, 예측도 믿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파동함수 매칭법 김영만 박사 등 핵물리학 이론가들이 핵물질의 성질을 연구하기 위해 쓰는 방법은 ‘Ab initio 계산법’이다. ‘Ab initio‘는 라틴어이고 ’기초로부터‘라는 뜻이다. 이 이름이 붙은 이유는 Ab initio 계산법이 실험 데이터나 경험적으로 덧붙이는 매개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물리학의 제1원리(미시적 핵력 등)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시스템의 물리적 특성을 계산한다. 김 박사는 “Ab initio 에 여러 방법이 있으나, 핵물질 성질을 제대로 예측하는 게 없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만든 방법론이 핵물질 성질을 상당 부분 맞췄다”고 말했다. 핵의 성질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Ab initio 말고 현상론이 있다. 현상론은 실험 데이터를 보고 그걸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간다. 결과를 보고 그것에서 시작해 수식을 손질해 하면서 이론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두드려 맞춘 결과’이기도 하다. 제1원리에서 연구를 시작한다는 건 이와 다르다. 현상이라는 결과를 보고 거기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 거다. 핵자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만 주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본다. 손 놓고 슈퍼컴퓨터가 어떤 계산 결과를 내놓는지를 본다. 김 박사는 “핵의 결합에너지와 핵의 크기를 동시에 다 맞춘 경우는 잘 없다. 우리 연구는 그게 다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김 박사가 과거에 ‘Ab initio 방법’을 써서 했을 때도 다르게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때 쓰는 ‘심층학습’하고 해서 맞추기는 했다. 김 박사는 “핵물리학에서 Ab initio 방법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5년 쯤 밖에 안 됐다. 지금 이 분야는 한창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쓰는 ‘핵격자 유효장이론’(nuclear lattice effective field theory)는 특히 막 개발되고 있다. 내가 시작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p/> 원소의 기원 김영만 박사에게 이번에 검증했거나 예측해낸 데이터를 더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산소-22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매우 짧아, 초 단위로 측정된다. 이번에 계산해보니 핵자당 77MeV(메가 전자 볼트)로 나왔다. 실험실 데이터와 이론 계산 값이 거의 같게 나왔다. 김 박사는 “중성자를 원자핵에 몇 개까지 넣을 수 있느냐 하는 게 실험적으로는 원자번호 10번 원소까지만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원자번호 10번 원소는 네온이다. “네온 이상은 중성자를 몇 개까지 넣을 수 있는지 모른다. 내가 연구를 제안할 때 보니, 우리의 이론 연구가 실험과 경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현재로서는 원자번호 20번까지는 계산할 수 있다. 이번에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원자번호 8번인 산소까지만 했다. 실험은 10번까지 갔다. 그러니 조금만 이론이 더 하면 실험을 뛰어넘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굉장히 좋은 뭔가를 할 수 있다. 원소의 기원을 기존에는 실험만으로 가능했던 걸 계산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다. 실험과 경쟁이라고 하면 좀 웃기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금만 더 하면 이론이 실험을 뛰어넘을 수 있다. 물론 슈퍼컴퓨터도 계산 능력이 한계가 있기에 현재로서는 원자번호 50번, 100번 원소는 계산 못한다.” 중성자를 특정 원소에 몇 개까지 집어넣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자연에 특정 원소의 동위원소가 어떤 게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할 수 없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동위원소들이 있는데, 이들 원소의 기원을 이론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게 이론 핵물리학자의 꿈이다. 중성자와 양성자 우주에서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수소는 양성자 하나, 헬륨은 양성자 두 개가 핵에 들어 있다. 이렇게 해서 철까지는 가벼운 원소를 합해서 만들 수 있다. 철은 양성자 26개가 들어 있다. 양성자 수가 원자번호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주기율표에서 많다.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양성자가 많은 원소는 우라늄이고, 원자번호 92다. 철 보다 양성자가 많은 원소를 만들려면 가벼운 원소를 뭉치면 될 것 같으나 그렇게 안 된다. 핵 안에 양성자 수가 늘어나면 서로 밀쳐낸다. 양성자는 +전하를 띠고 있다. 김영만 박사가 중성자를 집어넣어 무거운 원소 만드는 법을 설명해줬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다. 중성자는 막 넣을 수 있다. 중성자가 들어가면 핵이 커지고, 그러면 핵이 불안정해진다. 핵 내부의 중성자가 양성자로 붕괴한다. 원자번호가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중성자를 집어넣어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무거운 원소는 또 에너지적으로 불안하니 붕괴하고 안정된 원소로 변한다. 소위 빠른 중성자 포획 공정(Rapid Neutron Capture Process: r-process)라는 게 천체 환경에서 일어난다. 또 중성자별이 있다. 대부분 중성자로만 별이 온통 만들어진 거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려면 모든 원소에서 중성자가 많을 때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중성자별 두 개가 합쳐지는 중성자별 병합(neutron star merger) 과정에서도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는 게 관측 결과 확인되었다. 이러한 천체 환경에서 무거운 원소의 생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밀하고 믿을 수 이론이 꼭 필요하다. 현상론적으로 한 연구는 피팅(fitting)한 것이고, 안정된 원소에 맞춰놓은 거다. 중성자가 많은 쪽으로 가면 설명하지 못한다.” 연구의 진행 이번 연구에서 김영만 박사의 주요 파트너는 딘 리 교수다. 한국계인 딘 리 교수는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에 있다. 미시건 주립대학교가 유명한 건 이 대학이 있는 이스트랜싱에 중이온가속기 실험시설(FRIB, 희귀 동위원소 빔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IBS가 중이온 가속기연구소를 지을 때 참고했던 모델 중 하나다. 2022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딘 리 교수와 김영만 박사가 알고 지낸 건, 리 교수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 있을 때(2001-2017년)부터다. 10년이 넘었다. 김영만 박사는 딘 리 교수, 그리고 송영호 박사(중이온가속기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조금씩 했다. 김 박사는 당시 IBS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이론팀장으로 일했다. 연구소를 짓고 있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구축사업단 소속이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가속기는 2022년에 처음으로 빔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시공간을 격자로 나누기 김영만 박사가 리 교수와 같이 한 일은 시공간을 격자로 새로운 방식으로 잘라보기였다. 기존 연구는 공간을 정육면체로 잘랐다. 정육면체 격자를 설정하고, 핵자(양성자 혹은 중성자)를 격자의 격점에 배치한다. 격자의 크기와 간격은 연구 대상의 물리적 특성과 계산 자원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격자에 배치해 놓고 핵자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격자 계산법은 엄청난 계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격자 크기와 정밀도에 따라 계산 자원이 지수함수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김 박사와 리 교수는 정육면체가 아니라 체심입방구조(body centered cubic)로 시공간을 잘랐다. 체심입방구조는 정육면체의 가운데에 원자가 하나 있는 구조다. 정육면체를 이루는 8개 꼭지점이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점이 하나 더 있다. 정육면체로 시공간을 자르나, 체심입방구조로 시공간을 자르나, 핵의 결합에너지가 같게 나오는지를 봤다. 2021년쯤 논문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체심입방구조를 사용하면 슈퍼컴퓨터를 쓰는데 계산량이 작아지는 이득이 있는가를 보고자 했다. 결합에너지 크기가 같게 나와 좋은 계산법이라고 확인했으나, 계산(computation)에서 별 이득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거운 핵이나, 중성자가 무한히 많은 가상의 물질인 핵물질의 경우에는 시공간을 격자로 잘라 핵의 성질을 알아내는 기존 핵격자 유효장 이론 방법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계산 시간이 지나면서 결합에너지가 특정한 값으로 수렴하는데, 그렇게 ‘수렴’하지 않았다. 수렴해야 ‘답’이라고 하는데, 안 됐다. 김 박사는 “그러다가 생각해 낸 방법이 이번 연구인 파동함수 매칭 방법이다. 이걸 해보니 중성자가 많더라도 수렴하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파동함수 매칭 이론 파동함수 매칭 이론은 누가 개발했나? ‘핵격자 유효장 이론 공동연구단’(Nuclear Lattice Effective Field Theory collaboration)에 참여하는 사람이 10명 안팎이다. 김영만 박사는 “이론은 핵격자 유효 장이론 공동연구단에서 한 거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밤 10시에 전체 국제공동연구단 미팅이 있고, 딘 리 교수와 IBS의 연구자들이 따로 격주로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에 미팅을 했다. 온라인 미팅은 코로나 대유행 쯤부터 시작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딘 리 교수는 핵격자유효이론의 대가다. 시공간을 격자로 만들어 핵물리를 한 논문이 있기는 하나, 이걸 Ab initio 방법(제1원리) 쪽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딘 리 교수다. 독일 연구자 몇 명 중에는 핵력전문가인 울프람 마이스너 교수(본 대학교)가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핵자 사이에는 핵력이 작용한다. 핵력은 거리가 가까우면 크게 작용하고 조금만 멀어지면 상호작용이 아주 약해진다. 울프람 마이스너는 카이럴 섭동이론이라는 걸로 해서 이론으로 핵력을 계산하는 연구자다. 김영만 박사 등 IBS 측 연구자가 이 연구를 한 건 중이온가속기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설이 완성되면 그걸 갖고 할 수 있는 실험이 필요하다. 이론가가 예측을 해놓고, 그걸 확인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김 박사는 “기존에 나와 있는 현상론은 예측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걸 못 믿으니, 제1원리에서 시작해서 핵 성질을 예측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송영호 박사와 함께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이론팀에 있으면서 그런 구상을 했고, 딘 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KISTI 슈퍼컴퓨터 써야 하는 이유 기본적인 이론은 딘 리 교수가 개발했다. IBS 그룹은 그 이론을 테스트했다. 코드에 넣어서 잘 나오는지를 검증했다. 탄소와 산소 동위원소의 핵성질(결합에너지)을 알아내는 계산을 했다. 이 계산 작업을 KISTI 슈퍼 컴퓨터를 써서 했다. 슈퍼컴퓨터가 왜 필요한가? 김영만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산소 16을 계산한다고 하자. 그 안에 양성자 8개와 중성자 8개가 들어 있었다. 우리는 다른 가정은 하지 않고, 이들 핵자 16개 사이에 상호작용만 입력한다. 핵력만 준다. 이중 둘 사이 거리에 따라 핵력 크기가 어떻게 되는지를 집어넣는다. 16개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계산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거다.” 김 박사는 “핵력을 줄 때 두 핵자만 작용하는 핵력을 주고, 세 핵자가 상호작용하는 핵력도 줬다”고 말했다. 핵자 두 개의 상호작용을 보면, 핵자가 16개이니, 16개에서 두 개를 선택하는 경우의 수는 ‘조합’(combination)으로 표시해서 ₁₆C₂(=120)이다. 핵 세 개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경우의 수는 560(₁₆C₃)이다. 그렇게 데이터를 주고 핵자들이 상호작용하다가 안정되든, 부서지든 하는 걸 본다. 안정된 핵을 만들면 핵자들이 얼마나 안정되게 결합해 있는지를 시간 경과에 따라 도표를 그려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합에너지가 줄어들면, 즉 세로축 값이 떨어지면서 어느 특정한 에너지값에 수렴하면 핵이 안정적이라고 본다. 결합에너지 크기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그 지점이 핵이 안정된 상태다. 김 박사는 “그런데 많은 경우 파동함수매칭 방법을 쓰지 않으면 수렴을 하지 않거나, 진동을 한다. 그러면 계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문제가 몬테카를로 부호 문제라는 것이고, 파동함수매칭 방법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파동함수매칭 방법은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도중에 딘 리 교수가 개발했다. 슈퍼컴퓨팅 센터 세 곳 이용 김영만 박사는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자원을 2021년 2022년에 사용해서 연구를 수행했다. KISTI가 거대 과제로 선정했고, 계산자원을 제공해서 연구를 지원했다. 전체 KISTI슈퍼컴퓨터 계산자원의 5분의 1 정도(1500노드)를 쓰도록 했다. 핵의 결합에너지를 계산했다. 핵 크기 계산은 미국 오크리지 슈퍼컴퓨팅 센터 자원을 써서, 딘 리 교수가 했다. 핵물질(nuclear matter)의 포화에너지(saturation energy) 계산은 독일 율리히 소재 율리히 연구소(FZJ)의 율리히슈퍼컴퓨팅센터(JSC)에서 했다. 핵물질 포화에너지는 핵자들이 매우 높은 밀도로 있는, 예컨대 중성자별과 같은 곳에서는 핵자 간 평균 결합에너지를 가리킨다. 연구는 세 개 국가의 국가대표 슈퍼컴퓨팅 센터가 동원되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산량이 방대했다. 지난해 1월 희귀핵 연구단으로 김영만 박사는 지난해 1월 IBS희귀핵연구단으로 왔다. 2012년 9월부터 이론팀 팀장으로 일하던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떠났다. 송영호 박사와는 그곳에서 같이 일했다. 김 박사의 《네이처》 논문은 핵물리학이라는 큰 그림 속에 어떤 위치를 점하는 것인가? 핵물리학은 고에너지, 중간에너지(강입자 물리학), 저에너지 핵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고, 중이온가속기연구소나 희귀핵연구단은 저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한다. 저에너지 핵물리학은 핵구조, 핵반응, 핵천체물리학으로 또 세분할 수 있고, 이번 《네이처》 논문은 핵 구조 분야 연구다. 논문은 《네이처》에 2022년 11월에 보냈고, 게재가 확정된 건 1년 5개월이 지난 2024년 4월이다. 논문 심사자 한 명이 까다롭게 해서 시간이 걸렸다. 김 박사는 박사 때는 입자물리학을 했다. 양성자 중성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연구했다. 한양대학교에서 이현규 교수(입자물리) 지도를 받아 1999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희귀핵연구단에는 연구원이 모두 6명(박사과정 포함)이다. 희귀핵연구단은 실험 연구자가 다수이고 이론가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다. 김영만 박사는 후속 연구에 대해 “중성자를 핵에 왜 더 못 넣었는지를 이론으로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림 1. 실제로 풀어야 하는 복잡한 해밀토니안 H, H로부터 유니터리 변환을 해서 얻은 Hʹ 그리고 간단하고 쉽게 계산이 가능한 Hs로부터 구한 바닥 상태 파동함수의 상호 관계: 3.72fm보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Hʹ의 바닥 상태 파동함수가 Hs의 파동함수와 비례하고, 3.72fm보다 먼 거리에서는 Hʹ의 바닥 상태 파동함수가 H의 파동함수와 일치한다.] [그림 2. 파동함수 맞춤법과 기존의 섭동이론에서의 핵의 구속 에너지 계산 방법 비교]

누리온

  • 개요계산 노드, CPU-only 노드, Omni-Path 인터커넥트 네트워크, Burst Buffer고속 스토리지, Lustre기반의 병렬파일시스템, RDHx (Rear Door Heat Exchanger) 기반의 수냉식 냉각장치로 구성된 시스템
  • 서비스'18년부터 서비스 개시
  • 계산용량8,305개의 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코드명 "Knight Landing") 계산 노드와 132개의 CPU-only노드(인텔 제온 프로세서 Skylake)로 구성. 이론성능은 25.7PF

뉴론

  • 개요누리온 시스템이 Knight Landing 기반으로 결정됨으로 GPU 기반의 시스템 운영을 통한 사용자의 다양한 수요 대응
  • 서비스’19 부터 서비스 개시, 5호기와 파일시스템 공유, 차세대 신기술(FPGA, AMD EPYC, Optane 등) 지속적으로 채택/확장
  • 계산용량서버 노드 65개, GPU 260개, 이론 성능 3.53PF

슈퍼컴퓨터 사용현황

  • 점검 상태 :
  • 누리온(Nurion)
  • 뉴론(Neuron)
  • 활용 노드 수 node 활용 노드 수
  • 유휴 노드 수 node 유휴 노드 수
  • 점검 노드 수 node 점검 노드 수
  • 활용 노드 수 node 활용 노드 수
  • 유휴 노드 수 node 유휴 노드 수
  • 점검 노드 수 node 점검 노드 수